아들과 아가씨는 하루를 꼬박
헛간에서 눈에 불을 켜고
빈대와 벼룩을 잡았어.
이리저리 날뛰는 작은 벌레를 잡아내기란
쉽지 않았어.
사이사이 물린 곳은 또 얼마나 가렵던지.
하지만 거인을 잡아야
부모님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쉬지 않고 벼룩과 빈대를 잡아서
마침내 필요한 만큼을 다 모았어.
빈대와 벼룩을 잡고 나자
아가씨가 아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말했어.
"한 달에 한 번꼴로 대낮부터
산이 어두워지는 날이 있습니다.
천둥이 치는 소리는 들리는데
비는 오지 않고
땅이 부서질 것처럼 흔들리지만
갈라져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그날이 오면 겁이 나서
방에 숨어만 있었습니다.
그것은 거인이 뛰어가며 지나갈 때
나는 소리입니다."
아가씨의 말을 들은 아들이 되물었어.
"그 거인이 한 달에 한 번 지나간다 하였소?
그럼, 그때가 언제요?"
"마침 이틀 뒤가 그 한 달째입니다.
이곳을 뛰어다니며 사람을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것참 잘 되었소.
이참에 내 반드시 그 거인을 쫓아
아버지와 낭자의 어머니까지
모두 구해오겠소."
그리고 마침내 이틀이 지나고 그날이 되었어.
아침에 해가 솟아오르고 날이 화창했는데,
대낮으로 갈수록 점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지 뭐야?
'옳구나. 이제 드디어 놈이 오는구나!'
아들은 준비한 재료를 등에 단단히 매고
거인이 지나가길 기다렸어.
하늘이 어둡게 덮이고
천둥이 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어.
“쿠르릉 쿠르릉 쿵 쾅 쿵 쾅!!!!!!”
거인의 사나운 발자국 소리였어.
소리를 따라가 보니
저기 멀리 어렴풋한 형체가 보였어.
멀리서 보기에는 작은 산 하나가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자세히 보니 거인이었어.
땅은 부서질 듯 흔들렸고
산 위에서 커다란 바위가
굴러 내려오기도 했어.
아들은 굴러오는 돌이나
날아오는 나뭇가지에 맞지 않도록
조심하며 거인을 따라갔어.
거인은 순식간에 산을 훌쩍훌쩍 넘어갔어.
거인보다 한참 작은 아들은
거인이 향하는 방향을 보며
미리 길을 짐작하고 간신히 따라갈 수 있었지.
그렇게 거인을 따라가 보니
산 깊은 곳에 고래등같은
기와집이 나오는 거야.
'이런 곳에 이렇게 큰 집이 있었다니!'
아들은 조심스럽게 기와집으로 들어갔어.
사람의 흔적은
아무 데도 보이지 않았는데,
광 쪽에서 소리가 들렸어.
"남서방!"
"예, 여기 있습니다!"
"김첨지!"
"예, 여기 있습니다!"
"청주댁!"
"예, 여기 있습니다!"
"이가네 선화!"
"예, 여기 있습니다!"
거인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사람들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고
남녀노소 할 것 없는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아들은 주먹을 부르르 떨었어.
그리고 마침내 아버지의 목소리도 들리지 뭐야?!
'내 오늘 네 놈을 꼭 잡고야 말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