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여 춘향모친과 향단이 여러 기생들은 집으로 가고, 춘향이 옥중에 홀로 누워 장탄식으로 울음을 우는디
“옥방이 험탄 말은 말로만 들었더니, 험궂고 무서워라. 비단 보료 어디 두고 헌 공석이 웬일이며, 원앙금침 어디 두고 짚토매가 웬일인고? 천지 삼겨 사람 나고, 사람 삼겨 글자 낼 제, 뜻 ‘정’ 자, 이별 ‘별’ 자를 어느 누가 내셨던고? 이 두 글자 내인 사람은 날과 백년 원수로다.” 울며불며 홀연히 잠이 들어, 장주가 호접 되고 호접이 장주 되어 편편히 날아가니 반반혈루 죽림 속에 두견이 오락가락, 귀신은 좌림허고, 적적한 높은 집에 은은히 보이난디, 황금대자로 새겼으되, ‘만고열녀 황릉묘’라 동두렷이 걸렸거날, 이 몸이 황홀허여 문전의 배회헐 제, 녹의 입은 두 여동이 문 열고 나오며, 춘향 전 예하며 여짜오되, “낭랑께서 부르시니 나를 따라가사이다.” 춘향이 여짜오되 “미천한 소녀 몸이 우연히 이곳에 와 지명도 모르는디 어떠허신 낭랑께서 나를 알고 부르리까?” “가서 보면 알 것이니, 어서 급히 가사이다.” 여동 뒤를 따라 내전에 들어가니, 무하운창 높은 집에 백의 입은 두 부인이 문 열고 나오며 춘향 보고 반기허여, “내 비록 여잘망정 고금 사적 통달허여, 요녀 순처 아황 여영, 우리 형제 있는 줄을 너도 응당 알리로다. 이 물은 소상강, 이 숲은 반죽이요, 이 집은 황릉묘라. 동서묘에 앉은 부인 천만고 효부열녀로다. 너도 절행이 장허기로 인간 부귀 시킨 후에 이리 데려 올까허여, 서편의 빈교가 너 앉을 자리로구나. 오날 너를 청허기는, 연약한 너의 몸에 흉사가 가련키로 구환차 불렀노라. 이것을 먹으면 장독이 풀리고 아무 탈이 없으리라.” 술 한 잔, 과실, 안주, 여동 시켜 주시거날 돌아앉아 먹은 후에, 낭랑이 분부허시되, “너의 노모 기다리니 어서 급히 나가 보아라.” 춘향이 사배하직허고 깜짝 놀래 깨어보니, 황릉묘는 간 곳 없고 옥방에 홀로 누웠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두 부인 모시고 황릉묘나 지킬 것을 이지경이 웬일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