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고등어 가정식 백반

오늘
앨범 : 어서오세요, 고양이 식당입니다 3
작사 : 오늘
작곡 : Mate Chocolate

숲고등어 가정식 백반.
오늘 고양이 식당의 스페셜 메뉴예요.
대장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리는 게
뒤에서도 보일 지경이에요.
“글쎄요, 제가 지은 이름이 아니라서.”
짧은 대답과 함께 대장은 입을 다물어요.
치이익-
앗! 된장국!
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그리고 테이블을 가로질러
후다닥 주방으로 뛰어들어갔죠.
아아, 국물이 넘쳐 가스레인지
주변으로 흘러내리고 있어요.
급하게 불을 줄이고 행주로
주변부터 닦아요.
“으아, 큰일이네!”
“그 정도는 큰일이 아닙니다.”
뒤따라온 대장이
소금에 절인 숲고등어를 광주리에
차곡차곡 옮겨 담으며 말했어요.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적이며
나란히 누워있는 숲고등어를 바라보았어요.
‘맛있겠다.’
불에 올리기 전엔 생선 냄새가 아니라
흙냄새만 가득해서,
말하지 않으면
생선을 구우려는 줄도 모를 거예요.
색은 좀 어둡지만,
등이 반드르르하게 푸른 것이
꼭 숲을 등에 옮겨 놓은 것 같기도 해요.
“오늘은 만월이 뜬 날이라
영업이 끝날 때까지 손님이 올 겁니다.
서두르십시오.”
대장이 고개도 들지 않고 말해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손님이 많나 했더니,
만월 때문이었군요.
맞아요. 달이 가득 찬 밤에는
확실히 모든 감각이 곤두서고,
식욕이 넘쳐 흘러요.
동물이라면 모두 마찬가지겠죠.
만월을 보며 창가에서 참을 수 없는 울음을
애옹애옹 내질러 댈 때면,
내 몸에서 나오는 이 구슬픈 울음이
어디에서 비롯된 건지 궁금해질 때가 있었죠.
그런 밤엔 뭐라도 먹어야 해요.
“그런데 대장, 오늘따라 더 쌀쌀맞으시네요?”
오래전 일을 생각해서였을까요.
나도 모르게 꼬리가 부풀었어요.
대장은 잠시 인간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인간은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낯설어서일 겁니다.”
“네? 뭐가요?”
“인간이 이곳에 오는 게.”
“아…….”
“수백 년을 통틀어 두 번?
이젠 기억도 잘 나지 않는군요.”
제가 일하기 전에도
인간들이 고양이 식당을 찾는 일은
별로 없었나 봐요. 하긴,
골목을 지나치는 인간들은
마치 어떤 막이라도 있는 것처럼
식당 앞을 무심히 지나쳐 가곤 했어요.
이렇게 등롱이 밝고 환한데 말이죠.
“게다가 인간들에게는
이야기 값도 절반밖에 받을 수 없습니다.”
“왜요?”
“우리가 인간들이 있는 식당에 갈 때
돈을 내지 않는 것과 같죠.”
“아.”
“불청객…이랄까요.”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네요.
힐끔 인간이 있는 곳을 보며 대장은
떨떠름한 얼굴로 중얼거려요.
“가정식 백반이라는 이름이
왜 지어졌는지 정도는,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봐도 나올 일인데.”
확실히 곤두서 있어요.
하긴 고양이들이
인간 식당에 들어갈 때도,
주인과 꽤 긴 사투를 벌여야 하니까요.
“어떻게 여길 들어올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나는 인간의 모습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어요.
반짝거리는 빨간 구두.
구두가 이상하게 낯이 익어요.
“구우십시오.”
아이코.
산더미처럼 쌓인 고등어 광주리가
내 머리 위로 날아와요.
아아, 너무 무거워요.
대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돌려 냉장고로 가요.
머리를 짓누른 고등어의 무게에
모든 생각이 사라져버렸어요.
이걸 혼자 다 구울 때쯤엔
날이 밝아버리고 말 거예요.
광주리를 머리에 인 채 나는
연탄불이 켜져 있는 식당 입구로
비틀비틀 걸어가요.
타닥타닥-
자리에 앉아 다시 생선을 굽기 시작해요.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스쳐요.
쟁반을 든 대장이 인간에게 걸어가
반찬 접시들을 탁탁 내려놓아요.
“이건 뭐죠?”
“…….”
“이건, 나물인가요?”
대장은 대답하지 않아요.
누가 말을 할 때마다 대장의 명줄이
줄어든다고 전해주면 좋으련만.
하긴 알바생은 나니까
내가 말해줬어야 하는데,
실수예요. 숲고등어를 주면서
꼭 알려줘야겠어요.
“이런 게 왜 가정식 백반일까요.”
탁-!
대장이 화가 났나 봐요!
바삭하게 잘 익은 숲고등어 한 마리를
접시에 담아 냉큼 달려가던
나는 눈치를 살피며 멈췄어요.
괜히 끼어들었다 혼이 나면 어떡해요.
“전 ‘가정’에서 이런 걸
먹어본 적이 없거든요.
고등어구이라던가,
된장찌개라던가,
갖가지 나물 같은 것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식당으로 가시는 것도.”
“아뇨.
이 시간에 문 연 곳이 있을 리가요.”
눈치가 없는 걸까요?
긴 한숨을 내쉬는 대장의 곁으로
쭈뼛쭈뼛 다가간 나는
숲고등어를 식탁에 올려놓으며
인간의 귀에 속삭였어요.
“음식값은 이야기로 치러야 해요.
대장님은 말을 많이 하면 일찍 죽거든요!”
“다 들립니다.”
불편한 표정으로 나를 보는 대장과
눈이 마주친 순간 헤헤 웃어버렸어요.
어쩔 수 없잖아요.
누군가는 말을 해야 하고
나는 목소리가 좀 큰걸.
“죄송해요, 그런 줄은.”
인간이 당황한 얼굴로 말해요.
“얼른 값부터 치르고 식사를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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