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붙어있던
주택가의 2천짜리 전셋집
아빠가 섰던 보증의 결과지
그 때 불었던 외고 붐
막연히 만화가가
되고픈 나였지만
친구들이 모두 외고 준비하는데
빠질 수 없어 부렸던 아집
결국 어머니를 설득
200안팎의 월수입에서
40만원 가량의 돈을
선뜻 사교육비로 정말 짜릿했어
보란 듯이 다음 시험에서 6등
발 밑에 500명쯤의 위에서
내 머리 위엔 아무도 없는 듯
승리감에 난 흠뻑 취했어
열정과 노력 없이
한자리 등수는 유지하지 못했지만
2 30등 정도면 상위권이라고
혼자 합리화했지
만족했었지
주말엔 책 한자
안 읽어도 유지는 됐었지
그때부터 이미 몸에
자만심이 뱄던 거지
PC방 찌질한 짝사랑
성장통이 심할 정도로
그때 확 컸지 키가
날카로운 나의 사춘기와
나의 반항
밤늦은 귀가가 잦았었던
그때부터 혼자 밥을 먹는 건
2015년 지금까지도
내게 빼놓을 수 없는 것
난 늘 안정적임을
강요 받았으나
불안함은 빠짐없었지 하루도
하하 또래아이와
남다르고 싶어
가면라이더나 웃긴대학
다 유치하고 질려
입학 시험이 코앞이어도
변함없이
집에선 책 한자 안 읽었지
남이 보기엔
수업 때 전날 밤새
공부해서 늘 잔 애였지
선생도 안 건드렸지
속였어 완벽히
그 땐 외고준비생
명함이 내 면죄부
언젠가는 나의 죗값들을 몇 배로
치러야 한다는 걸 알았을 때
난 새로운 도피처와
면죄부를 찾아 헤맸네
3개월 즈음 입학시험이 남았을 때
우연히 한 친구mp3에서
처음 들어본 노래가 두 귀에
드렁큰타이거
난 널 원해 루프 샘플
집에 가자마자 내 아이리버에
무의식이 찾은 새로운 나의 기회
새로 생긴 총알받이를 세운 뒤에
바로 뿌리쳤지 어머니의 기대
이기적이던 나에게
당연히 돌아온 불합격
연합고사보고 가볍게
입학한 집 앞 남학교
첫 가사는 아이러니하게
입시전쟁에 관한 것
남다르게 된 삶에
난 취했었지 한껏
못 간 게 아니고
안간 거라니까 어
네가 인마 꿈을 좇는
내 기분을 조금이라도 알아
너희처럼 시스템 안에
노예짓 안 해
예술이란 아름다워
공장에서 찍어낸 미래로
가는 너희가 참 안타까워
랩 동아리 활동하기
Soul Company CD 모으기
홍대로 공연 보러 가기
그땐 여자관객이 놀라웠지
Rap Music That's all I needed
아니 였을지도
그냥 공부하기 싫었으니까
더 음악으로
맘이 쉽게 움직인건지
아직 몰라 진실은
fasttrack 15짜리
오디오인터페이스 sm58이
내 첫 장비였지
물론 엄마한테 손 벌리며 졸랐지
난 당연하게만 여겼지
고마움 같은 건 몰랐지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점 나의 불효자짓
첫 녹음물 싸이월드에 올리고
자녹게에 올리고 혼자 만족했었지 uh
없는 날개를 피고 날고 싶었지만
자신감도 없었지 uh
결국 대학을 가기로 했지
미디 재즈피아노부터
실용음악 이론
모두 합리화의 산물
랩으론 안 될 거라고
겁을 먹었던 거지 뭐
금세 후회했지만 돌이키는
쪽팔렸던 거지
운 좋게도 명분이 생겼지
아빠가 숨긴 2억 빚
알코올에 의존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이곳이
곧 지옥이었고
난 작별할 생각도 갖고 있었지
난 합리화를 하는 게 아니야
언더그라운드 안에서
돈을 어떻게 버냐고
나 장남이잖아 어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랩으로 떼돈
못 벌 것 같거든
대학은 가야지
부모님 부양도 해야 되고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