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삿날

윤학석 & 한웅희
앨범 : 장마
작사 : 윤학석
작곡 : Flawless Tracks
편곡 : Flawless Tracks

그 때 우린 한창 썸타는 남녀
그년 날 만나기 전에
꼭 화장을 고쳐
네가 이사하던 날이
문득 생각났어
조금은 어색하고
쑥쓰럽던 나보다 더
자연스럽고 편해보였던 너의
가벼운 옷차림 햐얗던 목덜미에
흐르던 땀방울
실루엣이 비치는 헐렁한 티와
옷걸이에 걸려있던 입었던 치마
네 짐을 실은 오래된 리어커
끌고 연희동 거리를 누볐어
모든 것이 낯설었고 새로웠지
너와 마시는 소주
삼겹살이 너무 좋았어
우리는 비밀을 만들었고
남들이 하는 말은 안 들었지
세상에 대항하는 반군이었고
사랑이라는 국가를
만든 단군이었지
너의 이삿날
우리는 그 날
이후로 이후로 모든게 달라졌지
너의 이삿날
우리는 그 날
이후로 이후로 이후로
모든게 달라졌지
너와 나는 조금 바빠졌어
서로 주고 받는
문자 길이도 짧아졌어
달라졌어 변했어 난 애써
되지도 않는 변명들을 뱉어냈어
미안해 라는 말은 건조해갔고
뻔하디 뻔한
커플처럼 적응해갔지
너와 내 사랑은
태양처럼 저물어갔고
검은 하늘의 달처럼
금새 차가워갔지
나는 너의 집착이 싫었어
너는 내가 하는 짓이 미웠지
그냥 그랬어 우리 사이는
끈적거리지 않는
오래된 딱풀같고
채워도 금새 풀리는 단추같지
우리가 뱉는 단어들는
날이 서있거나
한 두바퀴쯤 꼬였어
서로의 말을 믿거나 안 믿거나
상관없어 보였어
너의 이삿날
우리는 그 날
이후로 이후로 모든게 달라졌지
너의 이삿날
우리는 그 날
이후로 이후로 이후로
모든게 달라졌지
너의 집에 나의 짐을 정리하고
어색한 대화 시간은 멈추고
허공에서 맴도는 단어
그제서야 터지는 울음
진심의 구체화
대답 둘만의 세상
깨지고 있는
공간을 잡고서 억지로 버텨
까마득한 사랑 과거에 대한 회상
추억은 언제나
아름답기에 실수를 해
오늘이 지나고나면
이 곳에 너는 없네
이 방 네가 환하게
웃어주던 긴 밤
그 시간 유일한
내 피난처 같던 네가 떠올랐어
우린 기막혀
어쩜 우린 이리도 변했을까
불편했던 서로가
정말로 편했을까
자신에게만 관대했고
상대에게는 과분했다고
생각했지 어리석었던
너의 이삿날
우리는 그 날
이후로 이후로 모든게 달라졌지
너의 이삿날
우리는 그 날
이후로 이후로 이후로
모든게 달라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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