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에 동백꽃이 피던 삼월
후지오카의 버스정류장
차에 오르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끝내 떠밀려 차는 떠났네
살기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했네
거지와 도둑이라 부르는 쪽이 쉽겠군
비굴하지 않으면
속이거나 사기를 쳐야 했네
총알이 날아오는 전쟁터가 아닌데도
사람들이 계속 죽어가
가난하고 아팠던 그의 삶을 생각해
그러나 분명했던
그의 목소리를 기억해
가난한 사내는 자꾸만 내게 묻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힘든 노동의 고통도 함께 나누던
친구 기훈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네
서울로 떠난 명자는 어느 윤락가에서
몸을 파는 아가씨가 되었고
날마다 안간힘을 쓰며
처절한 싸움을 벌인 우리는
꿈을 놓아 버렸지
그리고 절망 속에서
시를 쓰고 쓰고 쓰고 또 썼네
기꺼이 가난한 삶을 선택한 그에겐
그들이 아름다움이었네
가난하고 아팠던 그의 삶을 생각해
그러나 분명했던
그의 목소리를 기억해
가난한 사내는 자꾸만 내게 묻네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가난한 사내는 자꾸만 내게 묻네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어디에서 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