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거울을 봐
웃옷을 벗어 본 다음
왼쪽 오른쪽
남자가 여자를 훔쳐보듯
위아래 훑어봐
살짝 미소 지어봐
다시 입꼬리를 내리고
원피스를 입어봐
몸에 딱 붙어 꽉 조여
매일 잃어왔던
자신이 어디 있는지
머리를 쓸어 올려봐
그때 배 안으로부터 내미는 발
갑갑함을 먼저 느낀 건
그녀가 아닌 배 속의 아기
알아 네가 뭔 생각하는지
똑같은 옷 입어도 다른 모습인
화장대 위 거울 안의 네 모습
달라 부정하고 싶겠지만
넌 여전히
넌 여전히 내게 아름다워
넌 여전히 꼭 잡고 있을게
넌 여전히
넌 여전히 아름다워 내겐
그녀는 몇 살이 아닌 몇 주차
배가 커질수록 폐가 눌리며 숨이 차
걸을 때마다 엉치뼈가 아파
선잠과 악몽들
태아의 성장에만 몰두하는
모두들 사이에서 그녀는 가끔
자신을 여자가 아닌
배양실로 느껴
다 튼 이 배로
어찌 비키니를 입냐며
신혼여행 사진을 보며 한숨 쉬어
그럼 좋은 생각만 하라 하지
가슴이 커져도
아름답게 느껴지질 않아
모유 수유하면 쳐진다는데
이걸 어찌하나
하루 달리 커지는 배
옷 태가 영 살지 않아
그렇다 해도 임부복은 싫어
그녀는 왠지 화나
이건 그녀만의 시험
그렇다면 시어머니
오시라 할 테니
그동안이라도 쉬어 라는
남편은 남의 편 같아
그는 전혀 이해를 못 해
분명 여자인데도
여자가 아니게 된 듯한
그녀의 속내를
알아 네가 뭔 생각하는지
똑같은 옷 입어도 다른 모습인
화장대 위 거울 안의 네 모습
달라 부정하고 싶겠지만
넌 여전히
넌 여전히 내게 아름다워
넌 여전히 꼭 잡고 있을게
넌 여전히
넌 여전히 아름다워 내겐
홑몸이 아닌데도 느끼는 고독
호르몬의 파도를
온몸으로 느끼며 오롯이
홀로 견뎌내는
새 생명에 대한 책임감
오로지 아이를 위한 육신
먹어도 도로 다 토로
게워내는 마당에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빈속이어도 빈속이 아니어도
괴롭기만 한데
몸이 차가워지면
배가 뭉치고 손발이 붓고
게다가 수시로 찾아오는
임산부 두통
이건 병이 아님에도
다 환자 취급해
정작 병에 걸리면
약 한 알도 못 먹는데도
시도 때도 없이 느껴지는 태동
장기가 차일 때면 거슬려도
또 없을 때면 불안해져
게다가 어느샌가 멈춘 남편의 손길
그가 사랑을 멈춘 건지
그녀가 밝히는 건지
다 끝내버리고 싶지만
오늘은 정기진단
초음파 사진 보는 순간
잊고 다시 시작
알아 네가 뭔 생각하는지
똑같은 옷 입어도 다른 모습인
화장대 위 거울 안의 네 모습
달라 부정하고 싶겠지만
넌 여전히 여전히
넌 여전히 내게 아름다워
넌 여전히 꼭 잡고 있을게
넌 여전히
넌 여전히 아름다워 내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