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거지 1부

레몽
앨범 : (소리동화 레몽) 왕자와 거지

“빰빠라빰,빰빰!”
“에드워드 왕자님이 탄생하셨습니다. 모두 축하해주십시오!”
에드워드 왕자는 모두의 축복 속에서 태어났단다. 때마침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서 또 다른 한 명의 아이도 태어났지.
“끄응. 이 녀석을 톰이라고 불러야겠어. 불쌍한 녀석. 거지의 아들로 태어나다니…….”
톰의 아빠는 사람들에게 구걸하며 살아가는 거지였어. 매일같이 술을 마시며 비틀거리는 몸으로 집을 나섰단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나지만 한 소년은 왕자, 한 소년은 거지라는 전혀 다른 운명으로 태어난 거지.
“에드워드 왕자님, 식사 하시지요. 오늘은 왕자님께서 좋아하시는 특별 요리를 해 두었답니다.”
“에드워드 왕자님, 제가 씻겨 드릴게요.”
“에드워드 왕자님, 정리는 저희가 할 테니 들어가 쉬세요.”
에드워드 왕자는 성에서 아주 풍족하게 살았어. 시종이 졸졸 따라다니면서 모든 일을 다 해주었지. 에드워드 왕자는 편하게 생활했지만 성안의 생활은 시시하고 지루하게 느껴졌어. 그래서 늘 바깥세상이 궁금했단다.
“아, 답답해. 바깥세상은 어떨까?”
그러던 어느 날, 산책을 하던 에드워드 왕자는 톰을 붙잡아 혼내고 있는 성문지기를 보았어. 톰은 술에 취한 아버지를 피해 성으로 숨었다가 문지기에게 들키고 말았던 거야.
“무슨 일이냐?”
“웬 거지 녀석이 들어왔습니다.”
“거지라니?”
“이런 거지 녀석은 혼이 나야 다신 이곳에 얼씬도 하지 않을 테니, 저희가 혼을 내 돌려보내겠습니다.”
왕자는 성큼성큼 성문으로 다가갔어.
“불쌍한 애한테 무슨 짓이냐? 그 아이를 안으로 들여 보내거라!”
왕자는 톰을 성 안 자기 방으로 데려갔어.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게 해 주었지.
“난 에드워드야. 넌?”
“제 이름은 톰입니다.”
“그래, 톰. 너는 매일 뭘 하면서 지내지?”
“매일 놀아요. 강에서 헤엄도 치고 맨발로 흙장난도 하면서 말이죠.”
“정말 부럽구나. 나도 너처럼 놀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나는 매일 공부를 해야 한단다.”
톰은 자신을 부러워하는 에드워드 왕자가 이상했지. 이렇게 좋은 궁전에서 살면서 자기처럼 가난하고 불쌍한 아이를 부러워하니 말이야. 톰은 입에 음식을 넣고 방 안을 휘휘 둘러보았어.
“우와, 왕자님. 모든 게 깨끗하고 반짝거립니다.”
방 안을 둘러보던 톰이 거울 앞에 서자 왕자는 눈이 휘둥그레졌어.
“잠깐, 넌 나와 진짜 비슷하구나. 아니, 우린 진짜 닮았어. 오늘 하루만 바꿔서 지내자!”
“네? 바꿔서 지내자고요?”
“그래. 넌 이 방에서 그냥 편하게 먹고 자고 있으면 돼. 알았지?”
에드워드 왕자가 신이 나서 말하자 어리둥절한 톰은 에드워드 왕자가 하자는 데로 할 수 밖에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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