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종이 뭉치를 주웠다
뭉치를 풀어보니깐 첫 장에
나그네라 쓰여 있다
뭉치는 삼백오십여덟 장으로
구성돼 있었다
어느 해 이가 빠진 일 년치 기록이다
읽어 보니까 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고
또 추측해 볼 수 있었다
우선 그의 직업은 탐정이다
명탐정은 아닌 듯하다
그는 사십대로 추정되는 남한의
성인 남성이고
거주지는 서울이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중퇴하고
세종대 천문학과를 졸업했다
이 글을 쓸 때 그는 이혼남이고
초등학생 딸아이는 전 부인과 살고
있다
그의 홀어머니는 평택에 살고 계시고
여동생들은 지방 여기저기에 흩어져
살고 있다
월 평균 소득은 꾸준히 삼사백
정도였는데
현재는 백오십 선인 것 같다
소득이 그 정도니까 때때로 대리기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또한 그는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이유로
깊은 근심에 빠져 있는 듯하다
대강은 이렇다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종이 뭉치에서
한 달을 최소단위로 삼아서
각 단위에서 한두 장씩 무작위로 발취한
열네 장 기록을 오늘 여기에서
순서 없이 소개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