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마을에 꾀 많고 영리한 여우가 살았단다. 그런데 여우에게는 친구가 별로 없었어. 늘 혼자 숲 속을 어슬렁거리며 여기저기 기웃 거리기만 했단다.
하루는 여우가 두루미를 찾아갔어.
두루미는 햇살이 가득한 호수에서 저억저억 걸으며 물고기를 잡고 있었어.
"두루미야, 우리 집에서 점심 같이 먹을래?"
"점심을 같이 먹자고? 그래, 좋아. 점심시간에 맞춰 갈게."
두루미는 반갑게 대답을 했어. 하지만 속으로는 조금 놀랐지. 여우한테 초대받기는 처음이었거든.
점심때가 다 되어 두루미는 여우네 집으로 갔어.
"내가 시간 맞춰서 온 거니?"
"응, 어서와. 식사 준비는 다 해 놨단다."
여우가 문을 활짝 열어주며 말했어.
"우와, 맛있는 냄새가 나는 걸? 정말 고마워."
두루미는 입맛을 다시며 들어갔어. 식탁에는 납작한 접시 두 개가 놓여있었는데 두루미가 가장 좋아하는 생선국이었지.
"우와, 정말 맛있겠다. 생선국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야!"
두루미가 소리치며 자리에 앉았어.
"좋아한다니 다행이다. 마음껏 먹어. 음식은 얼마든지 있어."
두루미는 기다란 부리를 접시에 가져갔어. 하지만 접시가 납작해 생선국 먹기가 너무 불편했어. 고개를 요리조리 돌려도 보고 부리로 콕콕 찍어 봐도 생선국은 먹을 수가 없었어. 결국 한 입도 먹지 못했지.
"왜 안 먹니? 어서 먹어."
여우는 냠냠 쩝쩝 생선국을 맛있게 먹었어. 하지만 두루미는 한 입도 먹지 못하고 쩔쩔매기만 했지.
"맛이 없니? 내가 먹을까?"
“아니 난 괜찮아. 배가 고프지 않아서.”
여우는 두루미의 접시까지 가져가 싹 비웠지. 여우의 모습이 너무 얄미웠지만 두루미는 그저 입맛만 쩝쩝 다실뿐이었어.
두루미는 점심을 쫄쫄 굶은데다 여우가 먹는 것을 구경만 했잖아. 그래서인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계속 들렸어.
"속이 안 좋은 거니?"
여우는 낄낄 웃으며 말했단다. 두루미는 배가 고파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어.
"가려고? 다음에 또 밥 먹자. 잘 가!"
두루미는 왜 여우가 친구가 없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