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된 옛날이야기란다. 어떤 할아버지가 이웃 동네 잔칫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어. 할아버지는 고개를 넘어가고 있었는데 그 고개는 매우 가파르고 나무뿌리, 돌부리가 많은 고개라 할아버지가 넘기에는 아주 험하고 힘들었지.
"이 고개는 특히 조심해야 하는데……."
할아버지는 조심조심 걷는다고 걸었지만 잔칫집에서 술을 많이 마신 할아버지는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어.
"아이쿠, 큰일 났군!"
할아버지는 일어설 생각도 않고 한숨을 푹 내쉬었어. 왜냐하면 이 고개는 바로 삼년 고개였거든. 삼년 고개에서 넘어지면 삼 년밖에 못산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었어.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바로 자리에 눕고 말았지.
"영감, 진지 드세요."
할머니가 저녁상을 차려왔는데도 할아버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아이고, 아이고." 소리만 냈어.
"영감, 어디 편찮으세요?"
"아이고, 아이고. 나 죽는다, 죽어."
"영감,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건지 말해 봐요. 그래야 약을 지어 오지요."
"아이고, 약을 먹고 나을 병이면 얼마나 좋겠소."
"그럼, 의원을 불러올까요?"
"아이고, 의원도 못 고치는 병이라오."
할아버지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다시 이불을 푹 덮고 누웠어.
"영감, 약도 소용없고, 의원도 소용없는 병이 도대체 무슨 병이란 말이에요?"
"할멈, 난 이제 삼 년밖에 못 사오. 엇그제 잔칫집에서 돌아오다가 글쎄, 삼년 고개에서 넘어졌지 뭐요."
"네에? 삼년 고개에서 넘어졌다고요?"
"그렇다오."
"아이고, 영감. 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누워계신 이불 맡에서 엉엉 울고 말았단다.
할아버지가 삼년 고개에서 넘어졌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퍼졌어.
"박 씨 영감이 삼년 고개에서 넘어졌다는군."
"쯧쯧쯧, 어쩌다 그랬을까? 큰일이군."
"그러게 말일세. 아무도 그 고개에서 넘어진 일이 없는데, 어쩌다 그런 일이 생겼는지."
마을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삼년 고개에서 넘어진 할아버지 걱정을 했어.
"할아버지 기운 차리세요. 괜찮으실 거예요."
이웃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직접 찾아가 위로를 했지만 할아버지는 기운을 되찾지 못했어.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지나고, 할아버지는 점점 야위어 갔어. 마을 사람들은 머지않아 할아버지가 정말 돌아가실 거라고 생각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