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가 부모 하직하고
길을 나서
서천 꽃밭을 찾아갈 제
어느 강가에 당도하니
어떠한 할미 하나
빨래 나와 앉았는디
어따 그 할미
쉰내 나는 빨래를
태산같이 쌓아놓고서는
궁둥이를 우아래로
움죽움죽 들썩들썩
빨래는 하는둥 마는둥
장탄식만 늘어지는고나
제나 나 헤도 산이로구나
목화 따다 무명 짓기는
어느 잡놈의 소행이며
누에 쳐서 비단 뽑기는
어느 시러베 잡년의 지랄이냐
들짐승도 날짐승도
입고 나온 옷 한 벌로
천지 간에 활개치며
잘도 살아간다마는
어쩌자고 옷이 생겨나
이 고생이 웬 일인가
제나 나 헤도 산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