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하에

문진오
앨범 : 걷는 사람

기나긴 밤이었거든
압제의 밤이었거든
우금치 마루에 흐르던
소리 없는 통곡이거든
불타는 녹두벌판에
새벽빛이 흔들린다 해도
굽이치는 저 강물 위에
아침 햇살 춤춘다 해도
나는 눈부시지 않아라
기나긴 밤이었거든 죽음의
밤이었거든 저 삼월 하늘에
출렁이던 피에 물든 깃발이거든
목 메인 그 함성소리 고요히
이 어둠 깊이 잠들고
바람 부는 묘지 위엔
취한 깃발만 나부껴
나는 노여워 우노라
폭정의 폭정의 세월 참혹한
세월에 살아 이 한 몸 썩어져
이 붉은 산하에 살아
해방의 횃불 아래
벌거숭이 이 산하에
기나긴 밤이었거든
투쟁의 밤이었거든
북만주벌판에 울리던
거역의 밤이었거든
아아아 모진 세월
모진 눈보라가 몰아친다 해도
붉은 이 산하에
이 한 목숨 묻힌다 해도
나는 쓰러지지 않아라
폭정의 폭정의 세월 참혹한
세월에 살아 이 한 몸 썩어져
이 붉은 산하에 살아
해방의 횃불 아래
벌거숭이 이 산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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