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채운 어둠이
새벽 비에 씻겨 나가면
골목길 술집도 문을 닫고
쫓겨나듯 나온 거리엔
비에 젖은 쓰레기들만
나를 반기네
예전 같지 않은 거리와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
매일 모든 것이 변해가고
밤새워 걷던 이 길의 주인은
우리일 거라 믿었던 날들
천장을 두들기던 너의 목소리
허공을 메우던 몸짓들
하얗게 내려앉은 먼지와 모래
그 아래 깊게
새겨진 너의 발자국
구겨진 낡은 부츠와 색 바랜
오랜 셔츠엔
지난 기억들이 베어있네
서로의 얼굴 맞대고 소리치듯
노래한 날들 기억해주길
모두 다른 길을 걷지만
우리의 지난 날들을
추억이라 부르진 않겠네
밤새워 걷던 이 길의 주인은
우리일 거라 믿었던 날들
매일 모든 게 변한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