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흙을 덮고 이 순간을 기록해봐
표정이 없던 그 놈의 얼굴을 기억해 난
바삐 도망치는 거센 시간의 강물 곁에
말없이 선채 스스로 소멸해버린 형제
사그라든 열정의 불꽃을 따라 정체된
가짜 목소리에 조바심과 불안을 겪게 돼
점차 늘어갔던 핑계들과 욕심은
너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안겼지
Revenans 우리는 단단한 대지 위
절대 지워지지 않게 될 각인을 새기지
채찍과도 같은 햇빛이 뜨겁게 내리 찌는
역경 아래서 지속하는 고난의 괭이질
뼈가 깎여지는 고통을 하나둘씩
견뎌가며 기록한 생명의 자가 증식
육신의 아픔은 어느새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의심 따윈 멀리 사라졌지
Revenans 먼 길을 떠나온 자들
이젠 돌릴 수 없는 운명이 남긴 발자국
끝없이 움직이는 나의 몸
오래된 무거운 껍질은 다 던져 버리고
Revenans 먼 길을 떠나온 자들
이젠 돌릴 수 없는 운명이 남긴 발자국
이 순간도 우린 황량하고 거친
광야의 끝자락을 따라서 걷지
깊이를 알 수 없는 수심 처절하게 숨죽인 표면
온통 검은색뿐인 그 속에 쏟아 붓지
자취 사라진 염원 변질된 가치관
어둠 너머로 비웃는 건 너로 인한 결과
이끌리듯 저절로 숨은 약자의 변명과
끝이 없는 흑암 속 서로 흩어지는 결말
긴 여행을 떠난 우린 마침내 돌이켰다
심연으로 잠기는 절망 끝에 바로 선채
Revenans 우리는 심해의 바닥에
절대적 공포로 인한 상처를 남기지
기다린 자의 탄식이 허공을 채울 때
진한 빛이 내려와 치유될 흉터를 매만지지
마침내 쉴 곳을 찾은 자들
여정의 끝에서 짐을 내린 다음
무너질 듯 한 어깨의 무게를 덜지
하지만 그 끝은 다른 목적
승리를 향한 시작에 불과할 뿐
빛과 그림자. 치열한 삶 속의 승리자
혹은 그저 발밑에 놀아난 인형일 뿐인가
단지 이면의 거울로만 존재치 않는
두 가치가 공존하며 계속 벌이는 다툼
좁히지 못할 논쟁 엇나가는 선택
허나 대다수가 함락당하는 힘의 존재
그 압도적 중력을 거스르는 전쟁에
몸을 맡기는 것만이 지친 다릴 두 걷게 해
암흑과도 같은 시기를 지난 사람들
타들어가는 갈증에 메마른 삶을 맡긴
아득한 형상들 앞을 보지 못하는
눈 감은 자들의 자기세력 다툼
허우적대는 꼴 못 면하지
똑같은 철부지 애인걸, 속여 봤지.
거짓과 위선으로 상대를 재는 것
그것만이 자신을 지킬 수단
살아가게 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