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보는 꿈 (시인: 베를렌느)

김세한
앨범 :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21

♣ 자주 보는 꿈
                                           - 베를렌느  시
이상하게도 가슴 설레는 이 끔을 나는 자주 봅니다.
내가 사랑하고 그리고 나를 사랑해 주는
그러면서 누군지도 모르는 한 여자입니다.
그리고 볼 적마다 항상 다르나 그렇다고 전연 딴 사람도 아닌
그러면서 나를 사랑하고
나를 이해하여 주는 한 여자입니다.
그 여자는 나를 이해하여 줍니다.
그리고 그 여자에게만 내 마음은 환히 밝게 보입니다.
그리고 그 여자에게만 내 마음은 알 수 있는 것이 됩니다.
창백한 내 이마의 진땀을 그 여자만이
그의 눈물로 깨끗하게 해 줄 수가 있습니다.
그 여자의 머리카락이 어떤 빛깔을 하고 있는가도
실상은 모르고 있습니다.
그 여자의 아름조차 나는 생각해 낼 수가 없습니다.
그것이 다만 한결같은 사랑만 속삭이던 옛날 애인들의
이름처럼 그렇게 고운 음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밖에는,
그 여자의 눈짓은 조상의 그것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멀리 끊어질 듯 그러나 엄숙하게 울려오는
지금은 입 닫아버린 그리운 목소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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