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표 박씨 물어다 주는데(제비 노정기)

유영애

아니리

그러기에 너의 부모가 내 영을 어기고 나가더니 네가 그런 변을 당하였구나 너는 명춘에 나갈 적에 출행날을 내가 받아 줄터이니 그날 나가거라 그러고 박 흥보씨에게 보은 표라 허는 박씨 하나만 물어다 주면 너의 은혜는 다 갚느니라 삼동이 지나고 춘삼월이 방장커날 하루난 흥보 제비가 보은 표 박씨를 입에 물고 만리 조선을 나오는 듸 노정기로 나오것다

중중모리

흑운 박차고 백운 무릅쓰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두루 사면을 살펴보니 서촉 지척 이요 동해 창망하구나 축융봉을 올라가니 주작이 넘논다 황우토 하우토 오작교 바라보니 오초동남 가는 배는 북을 등등 울리며 어기야 어허야 저어가니 원포귀범이 아니랴 수벽 사명 양안태 불승청원 각비래라 날아오난 저 기러기 갈대를 입에 물고 일점 이점 떨어지니 평사낙안이 이 아니냐 백구 백로 짝을 지어 청파상에 왕래허니 석양천이 거 있노라 회안봉을 넘어 황릉묘 들어가 이십오현 탄야월은 반죽까지 쉬어 앉아 두견성을 화답허고 봉황대 올라가니 봉거 대공의 강좌류 황학루를 올라가니 황학일거 붙부반 백운천재 공유유라 금능을 지나여 주사촌 들어가 공숙창가 도리개라 낙매화를 툭 쳐 무연위 펼렁 떨어지고 이수를 지나여 계명산을 올라 장자방은 간 곳 없고 남병산 올라가니 칠성단이 빈터요 연제 지간을 지나여 장성을 지나여 갈석산을 넘어 연경을 들어가 황극전에 올라앉어 만호 장안 구경허고 정양문 내달아 천안문 지내 동간을 들어가니 산미륵이 백이로다 요동 칠백리를 순식간 지나여 압록강을 건너 의주를
다달아 영고탐 통군정 올라 안어 안남산 밖 남산 석벽강 용천강 좌우령을 넘어 부산파발 환마 고개 강동다리 건너 평양은 연관정 부벽루를 구경허고 대동강 장짐을 지내 송도를 들어가 만월대 광덕정 박연폭포를 구경허고 임진강 시각에 건너 삼각산에 올라 앉어 지세를 살펴보니 천룡의 대원맥이 죽령으로 흘리쳐 금화 금성 분개허고 춘당영춘이 휘돌아 도봉 망월대 솟아있고 삼각산이 생겼구나 문물이 빈빈허고 풍속이 흐히 하야 만만세지 금탕이라 경상도는 함양이요 전라도는 운봉이라 운봉 함양 두얼 품에 흥보가 사는지라 저 제비 거동을 보아 박씨를 입에 물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남대문 밖 썩 내달아 칠패 팔패 배다리 지나 애고개를 얼른 넘어 동작강 월강 승방을 지나여 남태령 고개 넘어 두 쭉지 옆에 끼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흥보 집을 당도 안으로 펄펄 날아들 제 들보 위에 올라앉아 제비말로 운다 지지지지 주지주지 거지 연지 운지배요 낙지 각지 절지 연지 은지 덕지 수치차로 함지표지 내지배로 때드드드드드드득

중중모리

흥보가 보고서 좋아라 반갑다 내 제비 어데를 갔다가 이제와 당상당하 비거리 비래 편편이 노는 거동은 무엇을 같다고 이르랴 북해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 간으로 넘놀 듯 단산 봉황이 죽실얼 몰고 오동 속으로 넘놀 듯 지곡 청학이 난초를 물고 송백간으로 넘노난 듯 안으로 펄펄 날아들 제 흥보 보고 고히 여겨 찬찬히 살펴보니 절골양각이 완연 오색당사로 감은 흔적이 아리롱 아리롱 하니 어찌 아닌가 내 제비 저 재비 거동을 보아 보은 표 박씨를 집에다 묻고 이리 저리 거닐다 흥보 양지 앉은 앞에 뚝 떼 그르르르 떨쳐 버리고 백운간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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