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옛터

이미자

황성 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설운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
아 가엾다 이내 몸은 그 무엇 찾으려고
끝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어 있노라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
세상이 허무한 것을 말하여 주노라
아 외로운 저 나그네 홀로 잠못이루어
구슬픈 벌레소리에 말없이 눈물져요

나는 가리로다 끝이 없이 이 발길 닿는곳
산을 넘고 물을 건너서 정처가 없어도
아 괴로운 이 심사를 가슴 깊이 묻고
이 몸은 흘러서 흘러서 가노니 잘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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