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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널 심상율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넌 마지막까지 나에게 따뜻한 말을 해줬어 이마도 넓고 눈썹도 길고 눈도 크고 입도 앵두 같고 잘생겼으니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금방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왜 마지막까지 나에게 따뜻한 말을 해준 거야 차라리 나쁜 말 모진 말을 하지 그랬어 왜 마지막까지 나에게 상냥한 말을 해준 거야 내가 어떻게 있을 수 있겠어 저

거울 속의 나 심상율

나는 거울을 보지 않아 내 모습이 궁금하지 않아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신경 쓰지 않아 이게 정신 건강에 좋아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면 정신이 붕괴돼 버려 거울 속의 나는 내가 아니라고 생각해 나는 저렇게 생기지 않았어 거울 속의 나는 한 마리의 짐승과 같아 아니 짐승보다는 괴물이야 시커멓고 거대한 괴물 한 마리가 나와 눈을 마주치고 있어 내 기억 속의 나는

LIC8 심상율

웃을 기회는 흔치 않아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거든 아무 생각 없이 웃는 거야 I 분하고 억울할 땐 마음껏 성내는 거야 절제 없이 화내는 거야 화낼 순간도 흔치 않아 참다가는 병 생기는 거야 다 풀릴 때까지 성내는 거야 인생은 웃고 화내고 우는 끝이 없는 순환이야 인생이란 바로 그런 거야 LIC8 LIC8 LIC8 마음껏 웃어 마음껏 화내 마음껏 울어 사람이 어떻게

현실 업데이트 심상율

기회는 언제나 열려있는 법 현실은 언제나 기회를 준다 규제 혹은 제재라 불리는 불이익은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된다 가상 현실에만 업데이트가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도 업데이트가 있다 법률 규칙 규정 조례 법이 개정되는 것은 현실 업데이트다 누군가는 욕 하지만 누군가는 생각한다 업데이트된 현실에 어떻게 적응하고 어떻게 기회를 잡을지 고민한다 결국 고민한 사람이

아프지 않아 심상율

사람들은 이별이 아프대 차오르는 장맛비처럼 눈물이 쏟아진대 이별의 말을 듣는 순간에는 심장이 미어진 대 아픈 이별이 무서워 헤어지지 못했어 혼자 성을 쌓고 틀어막아도 막지 못하는 이별의 순간이 왔어 생각보다 아프지 않아 눈물이 터져 나오지도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도 없어 아프지 않아 흔한 만남 흔한 이별 그중에 한 명인 너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 평범한 하루를

너의 전화번호 심상율

오래지만 너의 전화번호는 여전히 나의 무의식 속에 남아있다 평소에는 전혀 생각나지 않는 열 한자리 번호지만 너의 전화번호는 불현듯이 재생된다 네가 생각날 때면 머릿속에서 너의 전화번호가 울린다 전화기를 들어 손가락도 기억하는 너의 전화번호를 누른다 그러나 통화연결을 누르지 못한다 지워지지 않는 너의 전화번호지만 전화하면 안 된다는 것은 가슴 깊숙이 알고 있다 어떻게

모두에게 사랑받을 순 없지 심상율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것은 심적으로 힘든 일이지 저 사람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저 사람도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해 하지만 말이야 모두에게 사랑받을 순 없어 나를 싫어한다면 싫어하는 대로 그냥 두자 대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 집중하자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 사랑을 주기에도 바빠 사랑을 주고받기에도 바쁜데 어떻게

사치인 꿈 심상율

있다면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달콤했지 환상적인 미래를 탐했으니 꿈꾸는 것은 돈이 들지 않으니까 그런데 현실은 돈이 들더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돈이 들더라고 어느 한 곳에 구멍이라도 생기면 다른 곳에서도 구멍이 생겨 온몸으로도 막기 힘들더라고 은행에서는 대출 만기 일자가 도래했다 재촉하고 이자는 이자대로 빠져나가 하루하루 돈이 급한데 어떻게

피해자와 가해자 심상율

피해자는 가해자가 된다 약자일 때는 피해자지만 강자일 때는 가해자가 된다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알게 모르게 학습된다 자신을 어떻게 괴롭히는지 어떤 때 가장 고통스러운지 알게 모르게 학습된다 고통의 기억을 기록한다 세포 하나하나마다 기록한다 절대 잊을 수 없게 몸에 새긴다 세월이 흘러 피해자가 강자가 되면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고 혐오하던 가해자가 된다 자신보다

그 길 심상율

너와 매일 걷던 그 길 눈을 감아도 환한 그 길 매일 안녕 인사하던 그 길에서 너와 마지막 안녕을 말했어 너와 매일 걷던 그 길 이제 네가 없는 그 길 더는 가지 못하는 그 길 더는 걷지 못하는 그 길 내 걸음으로 가지 못하는 너의 집으로 가는 그 길 너와 내가 걷던 그 길 너와 맞춰 걷던 그 길 손을 잡고 걷던 그 길 그 길에서 너와 마지막 걸음을 맞췄어

흑고니 심상율

울리는 클럽 안 베이스 소리 마치 심장 박동 같아 스테이지로 가는 복도는 마치 나를 위해 준비한 런웨이 같아 어두운 복도를 지나 맞이한 스테이지 벽면을 가득 채운 전광판 쉴 틈 없이 쏘아대는 레이저 화려하게 빛나는 네온사인 온몸을 진동시키는 스피커 어디 한번 즐겨볼까 나는 저 비둘기와는 달라 바닥에 뿌려진 모이처럼 여자 주변으로 모이지 않아 고개만 까딱거리며 어떻게

꿈 한 장 심상율

오늘이 며칠이지 반복되는 일상에 날짜마저 무감각해 오늘도 어제와 같은 하루를 보내겠지 늘 그렇듯이 어릴 적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무슨 말을 할까 꿈은 어디로 갔어 이렇게 사는 거야 정말 나인 거야 이런 말을 할 거야 미안해 꿈을 잃은 나 어린 나를 따라 과거로 가자 꿈 한 장 기타를 잡고 있네 꿈 한 장 노래를 부르고 있네 꿈 한 장 무대를 꾸미고 있네 꿈

Cute aggression 심상율

되면 감정의 평형을 맞추기 위해 정반대인 공격성을 유도하는 것 그래서 날 깨물고 싶어 했구나 귀여운 공격성 그때는 몰랐지 왜 나를 그렇게 깨물고 싶어 하는지 살살 깨무는 것도 아니야 살점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니깐 팔을 깨물어도 되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섬뜩했어 그렇지만 이런 이유라면 얼마든지 내어줄게 자 물어 Cute aggression 귀여운 공격성 내가

중2병 심상율

중2병 현재진행 중 나를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지 나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어 나는 세상에 맞추지 않았어 내가 세상의 중심이야 나만의 세계가 있으면 어때 오글거리는 말을 하면 어때 공상에 빠져 있으면 어때 이게 나인걸 나는 중2병을 고치지 않았어 세상의 틀에 맞추지 않았어 세상의 눈치를 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이룰

예지몽 심상율

꿈을 꾸었다 정말 현실적이지만 너무 이해되지 않는 꿈을 꾸었다 내가 왜 이 장소에 내가 왜 이 시간에 내가 왜 이 사람과 내가 왜 이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의 나에게선 너무나 어색하다 그러나 이 꿈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어느 시간인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현실로 나타날 꿈이다 이 꿈은 미래를 향한 확인 지점이 된다 이 꿈이

무엇을 위해서 심상율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가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가는가 행복을 위해서인가 안정을 위해서인가 재물을 위해서인가 권력을 위해서인가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가 이 모습이 내가 원하던 모습인가 이 모습은 내가 원하던 모습인가 이 모습을 위해서 인가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는가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심상율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곤란한 부탁이 생겨 해주기는 싫은데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그래 곤란하지 곤란해 사람을 잃기는 싫은데 부탁을 거절하기도 힘들어 부탁은 분명 내가 손해 보는 입장이란 말이지 그럴 땐 말이지 이렇게 해보자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공감을 해주는 거야 너의 곤란한 상황을 잘 이해했어 정말 힘들겠구나

나의 가치 심상율

나의 가치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대중은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가사를 쓰기 위해 달빛과 함께 머리를 쥐어짜고 음악을 만들기 위해 햇빛과 함께 손뼉을 마주쳐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나의 가치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노력한 만큼 나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나의 가치는 나의 결과물이 정한다 나의 결과물이 대중의 관심을 끌

빛이 돼줄게 심상율

내가 한줄기의 빛이 돼줄게 혼자 암흑 속에 있지 마 어둠에 웅크리지 마 이기지 못할 어둠에 맞서지 마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지 마 어둠을 헤쳐 나가려면 빛이 필요해 내가 한줄기의 빛이 돼줄게 밝지는 않지만 환한 빛이 돼줄게 어둠이 짙을수록 빛은 밝은 법이니 내가 너의 빛이 돼줄게 함께 어둠을 헤쳐 나갈게 빛을 따라와 빛 속으로 인도해 줄게

나는 수단이었던 거지 심상율

나는 결국 수단이었던 거지 나는 목적이 아니었어 나는 그저 수단일 뿐이었어 나는 너에게 목적인 줄 알았어 나와 함께하는 것이 목적인 줄 알았어 그러나 진실은 목적을 위해 나를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었어 나를 사용하면 더 쉽고 더 빠르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으니깐 나는 그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것뿐이었지 그 사실을 모르는 나는 내가 목적인 줄 알고 최선을

까진 발뒤꿈치 심상율

자 이거 붙여 예쁘게 꾸민다고 잘 신지도 않는 반짝반짝한 새 구두를 신어 다 까져버린 발뒤꿈치를 보면 가슴이 시리다 내 발뒤꿈치가 까진 것도 아닌데 내가 다 아픈 것 같다 이 불편함을 참을 수 없기에 근처 약국에서 발뒤꿈치용 밴드를 사 들고 가 그대에게 건넨다 이제 마음이 편하다 그대가 아픈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한사코 괜찮다는 그대의 말을 무시하며

선악 심상율

나는 악하다 나는 내가 선한 사람인 줄 알았다 법이 없어도 법이 있는 것처럼 살아갈 줄 알았다 나는 선천적으로 선한 사람인 줄 알았다 내가 악하다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악한 사람이었다 나는 악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법이 만든 죄를 무서워했고 사람들끼리 정한 규율을 무서워한 것이었다 죄를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 나는 악이 되었다 무의식 속에 악이 항상

Father's DNA 심상율

나에게도 아버지의 유전자가 남아있겠지 가끔씩 나도 모르게 발현되는 아버지의 유전자가 당혹스러워 나는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아버지를 해도 되는 것일까 이 유전자를 남기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래도 되는 것일까 Father's DNA Father's DNA Father's DNA 내가 아버지가 되면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나도 아버지가 되면 아버지와

타락 심상율

나는 다른 사람이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소년 만화에 나올 듯한 주인공이었던 내가 아니다 우정 사랑 그게 전부라 생각했지 친구와 함께라면 못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 애인을 위해서라면 내 한 몸 부서져도 상관없다 생각했지 10년이면 몸의 세포조차 모두 바뀌어 지금이 그때의 나일까 이제 추상적인 말을 믿지 않아 그런 형체 없는 농락은

행복의 역설 심상율

행복한 기억이 나를 불행으로 이끌었다 행복했던 기억을 되뇌었다 찬란한 몽환에 달콤하게 취했다 나의 기억 나의 과거 나의 젊음 나의 행복 모든 것이 나였다 나였지만 나는 아니다 지금의 나는 행복을 가진 내가 아니다 과거의 나의 행복을 가진 내가 아니다 과거의 나의 행복이 지금의 나를 불행으로 이끈다 다시는 저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나의 행복으로

누구나 엄마가 필요해 심상율

누구나 엄마가 필요해 우리는 모두 몸만 큰 아기야 누구나 응석을 부리고 싶고 누구나 앙탈을 부리고 싶고 누구나 위로를 받고 싶고 누구나 안정을 받고 싶어 우리는 모두 몸만 큰 아기야 나의 편이 필요해 내가 무슨 일을 저질러도 나의 편이 되어 줄 사람이 필요해 나의 뒤를 봐줄 사람이 필요해 내가 언제나 기댈 사람이 필요해 그런 사람은 엄마밖에 없어 나에겐 엄마가

세상에 무심해 심상율

하루는 정해져 있고 나의 기력도 정해져 있어 세상 흘러가는 모든 일에 신경을 쓴다면 나의 정해진 시간과 나의 정해진 기력은 허튼 곳에 사용돼버려 나의 오늘에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에 무심할 필요가 있어 타인이 나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였더라도 웃으며 넘어가 내 일에 쓸 힘이 아까우니 사소한 오해로 답답한 상황이 생겨도 무심하게 넘어가 내일에 쓸 시간이 아까우니 내가

친구할 사람 심상율

어릴 적부터 나는 쭉 혼자였어 아무도 나의 말을 이해 못 해 늘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았어 항상 혼자였어 외로웠어 친구들과 함께 웃고 싶었어 저 무리 속에 속하고 싶었어 그러나 내 주위엔 말 없는 내 그림자만이 항상 나를 따라왔어 왜 아무도 나에게 다가오지 않아 나는 너희들을 헤치지 않아 나랑 친구 할 사람 없어 내가 어떤 모습이면 친구 해 줄 거니 무엇을

휘둘리는 나 심상율

나는 너에게 휘둘리고 있어 너는 희한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 시전자인 너는 모르겠지만 능력에 당한 나는 너의 능력을 정화할 수 없어 너의 능력에 당해버린 나는 너를 거역할 수 없게 돼 나에겐 귀찮은 일이지만 나는 묵묵히 하게 돼 그래서 너에게 휘둘리는 내가 참 한심해 너에게 아니라고 말 못 하는 내가 참 한심해 하지만 모든 사람이 너의 능력에 당하는 것은 아니기에

선비의 탈 심상율

선비의 탈을 벗어던져 날 속박하던 체면을 벗어던져 과거의 가문에 얽매이지 않아 과거의 관직에 옭매이지 않아 과거 시험에 응하지 않아 과거의 가문이 어떠하든 선조의 관직이 어떠하든 난 신경 쓰지 않아 요즘 시대에 선비가 어딨어 선비가 어딨어 선비가 어딨어 청송심씨 악은공파 23세손 심상율 가문과 종파 그리고 학렬 나에게 새겨진 핏줄 가문의 체통 때문에 더 이상

노력의 결실 심상율

음악을 만들어 가사에 만족이란 없어 수정에 수정에 수정 손이 덜덜 떨려 시간 가는 줄 몰라 밤을 세 녹음된 내 목소리는 왜 이렇게 듣기 싫은지 내 목소리가 진짜 이런가 충격에 빠져 소리 내는 법부터 다시 시작해 목소리를 관리해 술 담배 하지 않아 창법을 갈아엎어 그렇게 돌탑처럼 쌓아 만든 200곡 이제 나에게 치욕을 줬던 이들에게 당당하게 명함을 내밀어 내가

백수의 무게 심상율

폰이나 좀 볼까 다 귀찮아 하고 싶은 게 없어 친구를 만나고 싶어 그런데 돈이 없어 나는 돈이 없는데 친구들은 시간이 없어 뭐 시답지 않은 일 하면서 바쁜 척들이야 뭐 한 달에 이백쯤 번다던데 그런 일을 왜 해 노동의 가치가 없는데 자기 몸만 상하지 집에 아무도 없나 빨리 나가서 뽀글이나 만들어 와야겠다 집의 공기가 무거워 날 왜 그렇게 보는지 눈빛이 무서워 내가

트로피 심상율

저 트로피를 한번 들어봤으면 좋겠다 나도 저 트로피를 들어봤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트로피를 들고 그간의 수고를 소감으로 낭송하고 싶다 널찍한 무대 화려한 조명 수많은 관중 그 사이에 트로피를 든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도 많이 받아 트로피의 소중함을 잊어버린 저들보다 훨씬 값지게 트로피를 받을 수 있는데 나에겐 그런 기회가 없다 저 동글한 트로피를

부탁하는 용기 심상율

부탁하기 위해서는 보이지는 않지만 많은 것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존심을 굽히고 부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부탁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망설임이 있었을까 부탁이라는 것은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이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청하는 것이기에 내가 숙여야 한다 말 한마디를

운명의 주사위 심상율

운명의 주사위를 던져 볼까 운명이란 아무도 모르는 법이지 운명에 일부터 육까지 숫자가 있다면 항상 육을 바라겠지만 큰 수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 주사위를 굴려 어디에 도착하는 것인지에 따라 숫자의 운명이 바뀌는 것이지 작든 크든 상관없는 것이야 자신이 어디를 밟고 서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야 운명을 고작 주사위에 맡기지 마 내가 주사위를 굴린다면 하늘 높이

말투 심상율

그대를 기억 속에서 다 지웠다 생각했지만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그대의 말투가 살아간다 그대와 대화한 비슷한 상황이 오면 나는 그대와 똑같은 말을 내뱉는다 말을 내뱉고는 흠씬 놀란다 내가 그대와 같은 말을 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는다 말은 좋은 말보다 나쁜 말이 더 오래 남기에 나는 그대가 했던 나쁜 말을 내뱉는다 나의 내면에는 그대가 산다 벗어났다 생각했지만

옆모습 심상율

나와 눈을 맞춰줘 나에게 옆모습만 보이지 말아줘 나의 질문에 단답하지 말아줘 나에게 말을 걸어 줘 제발 제발 나에게 옆모습을 보이지 말아줘 제발 나를 바라봐 줘 내가 옆에 있잖아 멀리 있는 거 아니잖아 제발 나를 바라봐 줘 제발 나에게 눈을 맞춰줘 제발 나에게 말을 걸어 줘 무표정보다 웃는 게 훨씬 나아 봐봐 웃으니 얼마나 좋아 나와 눈을 맞춰줘 나를 바라봐

허영심 심상율

왜 필요 이상의 돈을 쓰며 자신을 치장하는 것일까 허영심이 생기는 이유는 관심이 필요해서이다 자신을 봐달라고 온몸으로 소리치는 것이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나를 사치품으로 덮어 마치 명품이 된 것 인양 포장하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더 많은 허영심이 생긴다 내면이 단단하지 못하기에 외면을 화려하게 감싼다 허영심이란 내면에서부터 오는 열등감에서부터 시작된다 내가

대체 불가 심상율

이수하여 명망 높은 직업을 가졌더라도 매년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난다 되기 힘든 직업을 가졌더라도 자신을 대체할 사람은 얼마든지 나타난다 자신의 특기가 없다면 직업도 소용없다 대체 불가한 사람이 되자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특기를 살리자 무엇이든 대체 불가한 재능이 있다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세상에서 나만이 유일한 나를 위한 내가

길을 잃었다 심상율

길을 잃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이제껏 제대로 왔다 생각했는데 앞이 가로막힌 막다른 길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에 멈춰있는가 내가 지금껏 걸었던 길은 무슨 길이란 말인가 분명 정도라 생각했는데 막다른 길이다 여긴 어딘가 난 어디로 왔는가 난 무슨 길을 걸었나 한 치 앞도 움직일 수 없다 그렇다고 왔던 길을 돌아갈 수도 없다 나는

같이 늙어 가는 술 심상율

찬장 속에 고이 모셔놓은 술이 하나 있어 그리 비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싸지도 않은 술이 있어 술을 보면 노랗게 익은 보리밭이 떠올라 석양이 지는 드넓은 보리밭이 떠올라 특별한 날이면 조금씩 마시며 그날의 기억에 향을 추가해 나와 함께 천천히 추억을 기록하는 술이 있어 이 술과 함께 늙어가고 싶어 나와 희로애락을 같이하며 내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하고 싶어 내가

자존심 따위 심상율

자존심 따위 뭐가 중요해 자존심이 뭔데 자존심 그거 뭐에 쓰는 건데 내가 보기에는 그냥 고집 같은데 목 뻣뻣하게 있으면 자존심인가 그냥 담 걸린 거 같은데 자존심 그거 뭐에 쓰는 건데 어디에 좋은데 자존심이 밥을 먹여 줘 돈을 벌어줘 아무것도 아닌데 왜 있는 건데 물론 자존감은 있어야겠지 많을수록 좋지 그런데 자존심과 자존감은 다른 거지 고개는 숙일수록 좋은

안녕 그대 심상율

안녕 사랑하는 그대 아무도 언제 올지 모르는 첫눈처럼 나에게 왔던 그대 시린 날들이 지나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새싹들처럼 날 떠나가요 흐르는 물처럼 시간이 흐르면 바다를 만나게 될 거예요 내가 없어도 빛이 나는 그대여 이제 흘러갈 시간이예요 그대 날 떠나가세요 해가 져도 빛이 나는 달처럼 그대 날 떠나 빛을 내줘요 내 마음 시린 대도 그댈 위해 멀리 떠나요

쉬는 시간 10분 심상율

데워먹고 화장실까지 다녀와도 시간이 남았어 바쁘게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어 천천히 움직여도 10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했어 쉬는 시간 10분 동안 친구를 찾아가 담소를 나누고 친구와 캐치볼도 하고 공을 차기도 했어 성인이 된 지금은 10분이 너무 짧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10분은 그냥 흘러가 버려 숨만 쉬었는데도 10분은 그냥 사라져 버려 시간이 빨라진 걸까 내가

까마귀 심상율

광활한 도로 위 끝없이 움직이는 불꽃들의 향연 그 옆 고개를 꺾어야만 끝이 보이는 빌딩 위에 내가 서 있네 무엇이 그리 바쁜지 무엇이 그리 나쁜지 쉼 없이 움직이고 쉼 없이 걸어가네 그 모습을 매일 난 내려보네 내려보네 내려보네 내려보네 광활한 하늘 위를 유유히 활공하고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 자유롭게 날아가네 무엇이 그리 바쁜지 무엇이 그리 나쁜지 쉼 없이

나의 목소리 심상율

2023년 2월 21일 화요일 23시 47분 이 목소리는 또 하나의 기록 나의 목소리는 내가 죽어서도 살아가겠지 나의 목소리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남아있겠지 나의 목소리는 영원히 떠돌겠지 나의 목소리는 현재의 생각을 미래로 보내는 기록물 심상율이라는 사람은 저 시대에 저런 생각을 하며 살아갔구나 전달할 수 있겠지 시간이 지나면 나의 생각이 부끄러워질 수 있고

친구 18호 심상율

나의 친구 이야기를 건넨다 한참을 우는 너의 하소연을 가만히 들어준다 나도 너의 손을 잡고 싶다 나도 너의 마음에 남고 싶다 나도 너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나도 너의 남자친구가 되고 싶다 나도 너를 품에 안고 싶다 아니 후보라도 되고 싶다 나를 친구 18호쯤으로 생각하는 네가 밉다 같이한 수많은 경험 같이한 수많은 얘기 같이한 수많은 감정 그러나 다른 무게 내가

무한 경쟁 심상율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경쟁 경쟁 경쟁 경쟁자보다 앞서야 해 어디서든지 최고야 만 해 추월은 허락하지 않지 사회는 더 심해 순위가 곧 실적 실적은 곧 재화 재화는 곧 성공 경쟁 경쟁 경쟁 라이벌은 용납하지 않지 독보적인 승리를 원하지 경쟁의 끝이 없어 경쟁을 경쟁하며 살아가 경쟁 경쟁 경쟁 이제 그만할 수 없을까 이런 사람들이 나중에 갈 때도 내가

필름 타임머신 심상율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내 기억 속 먼지 쌓여 있던 필름들을 영사기에 돌려보자 지금은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 지금은 아무도 입지 않는 옷 지금은 아무도 모르는 상표 지금은 아무도 모르는 감성 내 추억은 필름 속에 온전히 간직되고 있다 그 시절 필름에는 그땐 그랬지라며 말할 수 있는 감성이 찍혀있다 나는 왜 그 시절 필름을 돌려보는 걸까 나는 그 시절 내가

못 먹은 감 심상율

먹고 싶지만 아직은 떫겠지 홍시가 되면 꼭 따먹어 줄게 분명 맛있을 그 감 맛이 없을 수 없는 그 감 꿈에도 나오는 그 감 바라만 봐도 맛있는 그 감 드디어 붉은빛이 도네 학수고대하던 홍시 아끼고 아꼈던 홍시 매일 쳐다만 보던 홍시 오늘 따먹어 줄게 분명히 맛있을 그 감 맛이 없을 수 없는 그 감 꿈에도 나오는 그 감 바라만 봐도 맛있는 그 감 딱 기다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