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한영애




야화(夜花)

긴 하루를 보내고 다 시들어 버렸는데

짙은 어둠에 피어난 이 외로움 어이해

이젠 그리울 것도 미워할 것도 남아 있지 않은 내가

깊은 바다와 같은 침묵 속에서 무엇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나

*한숨이 터져와 내 무거운

침묵이 깨지면 얼굴없는 그리움이

다가와 초라한 내마음에

아직 이른 듯한 차가운 바람만 느끼게 하네

이젠 내가 아니면 날 보는 사람 하나 없을

것만 같아 작은 만남이라도 기대하기에는 너무

어두워진 하늘 아래 세상

*한숨이 터져와 내 무거운

침묵이 깨지면 얼굴없는 그리움이

다가와 초라한 내마음에

아직 이른 듯한 차가운 바람만 느끼게 하네

어둠이 지나고 시들었던 수많은 생명이

어김없이 눈뜨지만...

눈부신 햇살에 사라질까 나의 외로움은

어둠속에 피려고 잠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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