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샛노랗게 달이 잘 익은 한 밤
횃불을 들고
우리의 호수를 찾으러 가자
달이 얼마나 밤을 토해낸들
끈적한 땅은
우리의 걸음을 묶지 못하네

스며든 밤 위에
피어난 까만 백합
모두 불태워버리고
새벽을 부르네
아아 절실한 꿈이여
이루어지지 못한
우리의 겨울은
얼굴 없는 계절만 불러오네
기어코 낮에 녹아버린 당신에겐
물어뜯은 꽃 한움큼 선물하겠어

아아 절실한 꿈이여

이루어지지 못한
우리의 계절은
꺼져있는 태양만 공전시키네

끝끝내 밤에 잠겨버린 당신에겐
다 타버린 꽃 한다발 선물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