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 적 키가
지금의 반만 했을 때
옷장 같은 곳에
몸을 숨기는 걸 좋아했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소리는 멀리 있고
내 나이 그때보다
네 배는 더 넘었고
지금도 눈 감으면
언제든 그 곳으로 떠나
혼자만의 우주
고양이처럼
아무도 날 볼 수 없는 그 곳으로
지금도 구석을
좋아하는 건 그 이유일까
내가 두려운 건
풍랑일까 고요일까
실망할 걸 알면서
왜 기대하는 걸까
나는 왜 다를까
혹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을 찾는다면
꿈에서 돌아올 때
괴롭지 않게 되는 걸까
창 밖의 도시는
눈부시게 아름다워
가만히 바라보고 있네
지금도 구석을
좋아하는 건 그 이유일까
내가 두려운 건
풍랑일까 고요일까
실망할 걸 알면서
왜 기대하는 걸까
나는 왜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