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비가 내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별 수 없이 일상 속으로
변한 것 없이 복사되는 하루
토너가 닳아 흐릿해지는 너
늘 그랬듯이 잊혀지겠지
아픈 상처도 아물어가겠지
지겨운 나의 한숨 소리도
매일 내쉬는 그냥 숨소리처럼
가끔은 널 마주칠까
정신 없이 날 숨기기도 해
널 닮은 향기가 나면
주저 없이 뒤돌아보기도 해
널 지우려 열어놓은 머릿속
조금은 눅눅해진 너의 기억
늘 그랬듯이 잊혀지겠지
아픈 상처도 아물어가겠지
지겨운 나의 한숨 소리도
매일 내쉬는 그냥 숨소리처럼
이럴 수밖에 없었던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밀려 써버린 답안지처럼
결국에 우리 희미해지겠지
바래져 버린 너와 내 사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