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이 바닥을 지탱하고
편지와 내 마음이 맞닿을 수 있게
가장 낮고 간절한 모습으로
그렇게 나는 편지를 써 내려간다
당신이 가장 아름답던 시절
또 내가 가장 처절했던 시절
우리 만나 사랑이란 촛불을
밝혀놓고 함께 나누던 연서처럼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나는
아직도 아직도 아직도 너는
내 하루에 순간에
빼곡하게 채워지지만
점점 더 부옇게 번져서 흐릿해져 가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며
더 이상 삶을 써낼 수 없을 때
재촉 않고 되레 아픔을 함께
지워가던 우린 여백을 남겨뒀네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너는
지우고 지우고 지워도 너는
내 숨결에 살결에
깊고 곱게 새겨졌지만
점점 더 무뎌져 아득히 희미해져 가
이제는 이제는 이제는 너를
충분히 충분히 충분히 너를
그 바람에, 노래에
시절 속에 적어뒀으니
아득한 그리움 찢으며 울지 않으리
괜찮아, 아직도, 언제나,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