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세 번의 이별
그때 그러는 게 아니었는데

너를 집에 보내고 그믐달 밤길로
소리는 터벅터벅, 터벅터벅, 뚝
발소리가 멈췄어
이어진 한숨소리
끊으려 해도 끊어지지 않던 너와 나의 고리
내가 끊으려던 건 쇠사슬이었을까, 그걸 왜 넌 명주실마냥 쉽게 싹둑 잘라버리는거야
첫 번째 이별 그걸 말한 건 나였어
이쯤 했으면 된 것 같다고 날 어서 풀어달라고 말했어
분명 매달린 건 너였잖아
며칠 밤을 새며 울던 전화벨 그저 그때 시원하게
전화길 껐어야 했는데 실수로 받은 전화에 “미안해” 소릴 듣곤 내 이성이 무너졌나봐
“지금 이쪽으로 나와” 이 말을 뱉은 건 너였어야 했는데 불행히도 나였어
그러고도 집으로 갔어야 했는데 결국 네 눈을 봐버렸어

두 번째 이별
넌 아직도 사랑과 미련을 구분하지 못해 억지로 지속된 관계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뤄
이런 널 만난다는 게 사실은 좀아닌데
계속하는 건 날 낭떠러지로 밀어 버리는 것 같아서 그 얘길 꺼냈어
넌 또 애써 미안하다 말했어
난 그게 이해가 안됐어, 마지막 정줄 이라도 남은 줄로 착각
역시나 착각은 파탄을 부르고 파탄은 착잡한 마음을 가지고선 내 옆에 누웠지
새우등처럼 굽어진 자세로 누워 널 생각했어
그 때 첨으로 네가 불쌍하다고 생각이 들었어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어)

내가 이러지 않아도 넌 충분히 매력 있어
객관적으로 봐도 넌 충분히 비싼 여자잖아
너의 자랑이던 널 둘러싼 남자들 헤치고 찾아온 게 나잖아
이따위 회상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결국 이상하게도 동정이 사랑까진 아니고 비슷하게 바뀌더라고
권태의 극복, 이런 걸 나도 하게 된 건줄 알았나봐
자만 속에 다시 두근대며 일기장에 네 이름을 적기 시작했어
이런 내 마음을 알아챈 건지 만 건지
주위에 누가 듣든지 말든지 네가 한마딜 꺼냈어
“차라리 그때”
야, 네가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않나?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아 아무 말도 안 나오더라
둘 중 하난 등을 볼 수밖에 없나?
고민 중에 너에게서의 이별통보
대꾸할 기회도 찾지 못했어, 넌 단지 이별의 우위에 서고 싶었던 거야?
단지 그걸 기다려온 거야?
난 아직도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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