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어깨에 나의 손을 올리니
쑥스럽게도 시간은
마냥 뒤로 흘러 가
시간 없는 곳에서
정지한 널 붙잡고
큰 소리내지 않으며
얘기하고 있구나
우린 키가 크지도 않은
수줍고 예민하기까지 한
작고 여린 몸집에
지기 싫어하던 아이들
널 떠나기 전에
고향 떠나기 전에
독서실 문틈 사이로
밀어 넣은 네 결심
바라보는 것만큼
어쩔 수 없던 우리
다같이 무기력했던
우리 고3의 바다
함께 좋아했던 사람
너는 말하지 못해
마지막까지 숨기다 겨우
한참을 같이 고민하던 그 밤
앞으로 돌진하는 내 현실
전투하듯 우리 사는 동안에도
조금도 바꾸지 못한 네 얼굴
의젓하게 멀리 나를 보러 온
청년이 된 그러나 내겐
소년인 내 친구 그대여
나 보다는 더
여유 있게 산다며
언제나 나를 앞질러
술 값을 내곤 하던
너의 뒷 모습
숨길 순 없었겠지
모든 걸 다 버리듯이
나를 찾아왔을 땐
몇 년만인지 둘이서
함께 도로를 달리던 밤
별처럼 반짝인
고단한 네 외로움 네 사랑들
앞으로 돌진하는 내 현실
전투하듯 우리 사는 동안에도
조금도 바꾸지 못한 네 얼굴
의젓하게 멀리 나를 보러 온
청년이 된 그러나 내겐
소년인 내 친구
소년인 내 친구
소년인 내 친구
청년이 된
내겐 소년인 내 친구
그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