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자서전 1 (50억년 전)

성기완


나는 50억년 전에 토성에 뛰었다.

그리고 백악기에는 고사리과의 식물이였고

150년전에는 필라델피아로 도망온 흑인 노예였고

지금은 사랑을 잃고 헤매는 떠돌이다.

저쪽에서 누가 오고 있다.

보이지 않지만 알 수 있다.

나는 이 흙담을 왼편에 두고 걷고 있다.

곧 길이 꺾인다. 그 자리가 다가오고 있다.

나는 마주 칠 것이다. 그리고 아주 순간적이지만

그 눈을 볼 것이다.

오! 너였구나.  1억년 전에 만났던 바로 너.

그 때 나는 식물이였고 너는 내 어깨 위에 앉은

어여쁜 본홍빛 곤충이였다.

그 때 나는 짙은 녹색이였고 너는 윤이나는 갈색이였다.

그 때 나는 배꼽에 품은 우산 속에서 비를 피하며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고 너는 가슴 한쪽이 잘린

니 연인을 떠올리며 울고 있었다.

그 때 난 눈썹이 짙은 파수였으며

넌 이빨이 하얀 타이티의 햇빛이였다.

그 때 난 시간이 없었고 넌 깊은 밤 중에

눈을 맞으며 칼을 휘둘렀다.

그 때 난 줄기 부분이 추억에 시달리고 있었고

넌 더듬이로 눈을 가리고 해를 정면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 난 들었고 넌 눈을 감았다.

그 때 나의 푸른 잎파리는 바람에 흔들리며 보았다.

붉은 해가 지평선을 넘을 때 그 눈물이 내게로 떨어졌다.

나의 뿌리는 그때 발기했다.

그래서 너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신호등처럼 붉게 빛났다.

나의 홀씨들은 황홀하게 니 날개 사이로 들어갔다.

그 때 나는 너의 날개에 뿌려진 가루를 햇빛에

비스듬히 비추자 연보랏빛 굴렁쇠가 춤을 추었고

그 가루가 내 눈속으로 들어갔을 때

나는 필라델피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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