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대 시
♥ 초토의 시 ~^*
- 구 상 詩
판잣집 유리 딱지에
아이들 얼굴이
불타는 해바라기 마냥 걸려 있다.
내려쬐던 햇발이 눈부시어 돌아선다.
나도 돌아선다.
울상이 된 그림자. 나의 뒤를 따른다.
어느 접어든 골목에서 걸음을 멈춰라.
잿더미가 소복한 울타리에
개나리가 망울졌다.
저기 언덕을 내리달리는
소녀의 미소엔 앞니가 빠져
죄 하나도 없다.
나는 술 취한 듯 흥그러워진다.
그림자. 웃으며 앞장을 선다.
♠ 구 상 (具常) 1919년 서울 출생. 일본대학 졸업.
서울시문화상 수상. 시집으로 <集土의 詩> <말씀의 실상> <까마귀> <드레위스의 벤취에서> <옹두리 도사> <연이>등 다수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