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형리 부르라~ 숙이라 형리요/ 춘향다짐 사연 분부묘하라
<창조
형리가 바라보니 춘향을 동틀에 덩그렇게 올려 매놨구나. "살등여의신이 창가(娼家)의 소부로 동가식 서가숙은 구십유풍이요 창낭부이낭처는 본부의 정성이어늘 " 감히 엄불경지설로 능멸 관장지엄령하야 가해죄상인즉 각별엄형이시라는 다짐이시니라."
형리가 춘향에게 붓을 들려주니 춘향이가 붓대를 받아 들고 사지를 벌렁벌~렁 떠는디/
사또가 무서워 떠는 바도 아니오 저 죽을 일을 생각하야 떠는 바도 아니요.
육십당년 늙은 노모와 한양계신 이도령을 못보고 죽을 일을 생각하야 사지를 벌벌벌 떨며
한일자 마음심자 일심으로 드르르.... 긋고 붓대를 더지넌 구나.
형리 받어들고 신혹을 그린 후어,
<진양조
집장사령 거동을 보아라 형장 한 아름을 안어다 동틀밑에다 좌르르르르 펼쳐 놓고 형장을 앉어서 고른다.
이 놈 골라 이리 놓고 저 놈 골라 저리 놓더니마는 그 중의 등심좋고 손잽이 좋은 놈 골라 쥐더니마는, "고두 아뢰오." "각별히 매우 쳐라!"
사또 보시는데는 엄령이 지극허고 춘향을 보면서 속말로 말을 헌다.
"여봐라 춘향아 말 듣거라 어쩔 수가 바이 없다.
한 두 낱만 견디어라/ 셋째낱부터는 안세를 두마."
"꿈쩍 꿈쩍 마라. 뼈부러질라." "매우치라!" "예이 " 딱 ! 찍근 피르르르르~
부러~진 형장개비는/ 삼동으로 둥둥/ 날아~가서 상방 댓뜰앞에가 떨어지고. 춘향은 정신이 아찔 허여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쳐서 / 아푼 매를 억지~~로 참느라고 고개만 빙빙 두루면서, "응-응 소녀가 무삼죄요~국곡투식 허였소, 부모불효하였소 음양작죄 진 일없이 이형취가 웬일이요-
일개형장 치옵시니 일자로 아뢰리다. 일편단심 먹은 마음 일시 일각의 변하리까 가망없고 무가내요.
둘째낱을 부쳐노니, "이짜로 아뢰리라. 이부불경 이내심사 이 도령만 생각헌디 이제 박살 내치셔도 가망없고 안되지요.
셋째낱을 딱 때려놓으니 "삼치형문 치옵신다~ 삼생가약 변하리까?"
넷째낱을 부쳐놓으니 "사대부 사또님은 사기사 를 모르시오. 사지를 찢어서 사대문에다 걸드라도 가망없고 안되지요."
다섯낱을 부쳐놓으니 "오장?어 피가된들 오륜으로 생긴 인생 오상을 알았거든 오매불망(寤寐不忘)
우리낭군 잊을 가망이 전혀없소."
여섯째를 부쳐노니 "육국달랜 소진장(蘇秦張)도 소녀는 못달래지요."
일곱째를 부쳐노니 "칠척검 드는 칼로 어서 목을 베어주오 형장으로 칠 것 있소 칠때마다 동감이요"
여덟낱을 딱 치니 "팔도감사 수령님네 치민하러 내려왔지 무력공사 웬일이요"
아홉낱을 부쳐노니 "구곡간장 흐르난 눈물 구년지수 되오리다."
열째낱을 딱! 치니 "십생구사 하올망정 십분인들 변하리까 /
열다섯을 딱치니 "십오야 둥근달이 떼 구름속으가 들었구나."
<중모리
스물치고 짐작헐까 삼십도의 맹장허니 백옥같은 두 다리에 검은 피만 주루루루루루
업졌던 형리도 눈물짓고 / 이방호장도 눈물짓고 중계위에 청령급창도 발 툭툭 혀를 차고/ 매질허든 집장사령도 매를 놓고 돌아서며 "못 보겄네 못보겄네 사람인륜으로는 볼 수가 없네.
이제라도 나가서 문전걸식을 헐 지라도 집장사령 노릇을 못허겄네"
구경꾼 들이 수십명 모여 오입장이 하나가 나서드니, "모지도다 모지도다! 우리 사또가 모지도다.
어린 것이 쪼금 잘못 허였다고 저런 매질이 또 있느냐~ 집장사령놈을 눈익혀 두었다 사문 밖을 나면 급살(急煞)을 내리라 저런 매질이 또 있느냐~
나 돌아간다~흐흐~ 내가 돌아간다 떨떨거리고 나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