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걸어봤지
시린듯 바람결 불어
흘리듯 말을 건내다
떨리듯 두려운 듯
점점 선명해지는 하얀 빛
네 삶의 조각을 조심스레 꺼내
어찌 그 장식 하나 없이 이리도 하얗게 빛나는 지
눈이 내려와
스륵 스륵
날 휘감아 와
할 말을 잇지 못해서
네 눈을 볼 수 가 없네
내 손이 닿으면 녹을까 스르륵 스르륵 널..
다가가지도 못해 환상속에 사는 나
내 환상 속에선 너는 날 봐
부끄러워 눈도 못마주 친 나를
어찌 그 장식 하나 없이 이리도 하얗게 빛나는 지
눈이 멎었네
용기를 내고
널 바라보네
내 세상이 멈춘 듯
눈의 아이를 보고 있어
소중한듯 부서질까
돌처럼 굳어버린 나기에
감히 용기조차 미안 하기에
이 그리움조차 미안해
또 눈이 내려와
이 세상이 너무 예뻐
곧 이 산책이 끝나면
니가 녹아버릴까 두려워
눈의 아이야 용기를 내렴
네 삶의 조각을 잘 맞춰가렴
난 늘 겨울에 있을게
너와 가끔 이 눈 속을 걸을 수 있게
네 겨울이 끝나면
내게 봄을 가지고 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