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 오두막집에 한 소년이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었어요. 집안은 가난했지만, 아픈 엄마를 대신해서 집안 일을 도맡아 하는 효심이 깊은 아이였지요.
어느 겨울날 아침, 소년은 아침으로 먹을 빵을 만들려고 했어요.
“엄마, 창고에 가서 밀가루 좀 가져올게요.”
소년은 그릇에 밀가루를 담아 창고 밖으로 나왔어요.
그 때 어디선가, 세찬 바람이 휙! 몰아치더니 밀가루를 가져가 버리는 게 아니겠어요?
“어, 어, 어!”
소년은 다시 창고에 가서 밀가루를 담아 나왔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휘리릭 불더니 밀가루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사라져버렸어요.
“어? 내 밀가루!”
소년은 텅 빈 그릇을 내려다보며 발을 동동 굴렀어요.
소년은 하는 수 없이 다시 창고로 들어가, 남은 밀가루를 탈탈 털어 그릇에 담았어요.
그리고 창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세찬 북풍이 휘리리릭 불더니 밀가루를 휘몰아 가져갔어요. 화가 잔뜩 난 소년은 하늘에 대고 소리쳤어요.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 우린 뭘 먹으란 말이야!
소년은 북풍이 가져간 밀가루를 찾으러 길을 떠났어요.
하얀 눈이 내린 길을 한참동안 걷고 또 걸었어요.
마침내 소년은 북풍이 사는 산골짜기에 도착했어요.
“북풍아저씨, 계세요? 북풍아저씨를 만나러 왔어요.”
“아니, 이런 꼬마가 이런 곳까지 오다니! 어쩐 일이냐?”
북풍아저씨의 목소리는 온 산에 메아리처럼 울렸어요.
소년은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어 말했어요.
“아저씨가 가져간 밀가루를 찾으러 왔어요. “
“내가 밀가루를 가져갔다고? 그렇다면 정말 미안하구나…
그런데, 나에게 밀가루는 없으니, 대신 이 식탁보를 주마.
‘식탁보야, 음식을 차려라!’ 하고 말하면 뭐든지 차려 준단다.”
소년은 식탁보를 받아들고, 집으로 가던 길에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해졌어요.
“오늘은 이 여관에서 하룻밤 자고 가야겠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소년은 너무 배가 고팠어요.
여관 방에 들어오자 마자, 식탁보를 펼치고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식탁보야, 식탁보야, 음식을 차려라!”
그 순간 식탁 위에는 소년이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차려졌어요.
소년은 자기 눈을 믿을 수가 없었지요. 소년은 맛있게 음식을 먹었어요.
그런데, 그 모습을 누군가 밖에서 지켜보고 있었어요! 바로 여관 주인이었지요.
신기한 식탁보가 탐이 난 여관주인은 소년이 쿨쿨 잠들자, 똑 같은 식탁보를 가져와 소년의 식탁보와 바꾸어 놓았어요.
다음 날, 소년은 눈을 뜨자 마자, 식탁보를 집어 들고 집으로 뛰어갔어요.
“엄마, 엄마, 이것 좀 보세요. 내가 북풍을 만났는데, 음식을 차려주는 신기한 식탁보를 주지 뭐예요?”
“그게 정말이냐? 어디 한번 보자꾸나.”
소년은 식탁보를 펼쳐 놓고 큰 소리로 말했어요.
“식탁보야, 식탁보야, 음식을 차려라!”
소년이 아무리 음식을 차리라고 식탁보에게 말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소년은 다시 북풍을 찾아갔어요.
북푹아저씨는 갑자기 나타난 소년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 졌어요.
“아니, 네가 또 어쩐 일이냐? “
“북풍아저씨, 아저씨가 주신 식탁보는 아무 쓸모가 없어요. 음식을 한번만 차려 주고 그 다음부터는 아무것도 안 내 주던걸요. 그냥 제 밀가루 돌려주세요”
“이런, 밀가루가 없는데 어쩌지? 그럼, 금화 만드는 양을 주마.
‘양아, 양아, 금화를 만들어라!’하면 양이 금화를 뱉어낸단다.”
소년은 양을 데리고 길을 떠났어요. 이번에도 집에 도착하기 전에 날이 어두워져서, 또 여관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어요. 여관 방에 들어온 소년은 생각했어요.
혹시 이 양도 가짜가 아닐까? 한번 시험해 볼까?’하며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양아, 양아, 금화를 만들어라!”
그랬더니 양이 정말로 번쩍번쩍하는 금화를 우르르르 뱉어내는 게 아니겠어요?
이 모습을 여관 주인이 또 훔쳐보고 있었어요.
소년이 깊이 잠들자, 여관 주인은 다른 양을 데려와 소년의 양과 바꾸어 놓았어요.
다음 날, 소년은 집으로 돌아왔어요.
“엄마, 이것 좀 보세요! 북풍이 이번에는 금화 만드는 양을 주지 뭐예요!”
“세상에, 그런 양이 있다고? 어디 한번 보자꾸나.”
소년은 양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어요.
“양아, 양아, 금화를 만들어라!”
하지만, 양은 매애매애 하고 울어댈 뿐, 동전 한 닢도 내뱉지 않았어요.
소년은 씩씩거리며 또 북풍을 찾아갔어요.
“북풍아저씨, 아무것도 내뱉지 않는 양은 필요 없어요. 그냥 제 밀가루만 돌려주세요.”
“그래? 그것 참 이상하다! 그럼, 나에게는 이 지팡이 밖에 없구나.
‘지팡이야, 지팡이야, 때려라!’하면 때리고, ‘지팡이야, 지팡이야 멈춰라’하면 멈춘단다.”
“그럼 이 지팡이라도 가져갈게요.
‘이상해. 분명 이 여관에서는 식탁보도 양도 신기한 마법을 부렸는데, 집에 가니까 안 됐단 말이야. 오늘밤엔 자는 척하고 한번 지켜봐야겠어.’
소년은 지팡이를 침대 옆에 두고 잠든 척했어요.
잠시 후, 방문이 열리더니, 여관주인이 살금살금 들어왔어요.
여관 주인이 지팡이를 잡으려는 순간, 소년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어요.
“지팡이야, 지팡이야, 때려라!’
그러자, 지팡이가 슝 날아오르더니 탁탁 퍽퍽 다다다다닥 여관주인을 때리기 시작했어요.
“아이고, 사람 살려! 아야아야. 나 죽네, 살려줘!”
지팡이는 여관 주인을 사정없이 때렸어요.
“내가 잘못했어. 때리지 마…”
지팡이는 더 세게 여관인을 때렸어요. 다다다다다닥!
“내가 다 돌려줄게. 제발 멈춰 다오.”
그제야 소년이 지팡이에게 말했어요.
“지팡이야, 지팡이야 멈춰라!”
소년은 식탁보와 지팡이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물론 금화 만드는 양도 데리고 왔지요.
“엄마. 북풍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어요. “
“그래? 그것 참 잘 됐구나. 어디 한번 보여다오.”
소년은 식탁보를 향해 큰 소리로 말했어요.
“식탁보야, 식탁보야, 음식을 차려라!”하자 진수성찬이 차려지고,
“양아, 양아, 금화를 만들어라!”하자, 양이 금화를 우르르르 쏟아냈어요.
소년과 어머니는 금새 부자가 되었어요. 그런데, 지팡이는 언제 쓰냐고요? 지팡이는 가끔 빨랫줄에 널어놓은 이불을 탁탁 털 때만 썼대요.
“지팡이야, 지팡이야, 때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