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군사들이 승기 내어
주육을 쟁식허고
[중머리]
노래 불러 춤도 추고
서름겨워 곡허는 놈
이야기로 히히하 웃는 놈
투전허다가 다투는 놈
반취중에 욕허는 놈
진취중에 토하는 놈
집에 지쳐 서서 자다
창끝에다 택 꿰인 놈
처처 많은 군병중에
병루직장위불행이라
장하의 한군사
벙치 벗어 손에 들고
여광여취 실성발광
그저 퍼버리고 울음을 우니
[아니리]
한군사 내다르며
아나 이애,
승상은 지금 대군을 거나리고
천리 전장을 나오시어
승부가 미결되어
천하대사를 바래는디
왜 요망스럽게 울음은 우느냐
우지 말고 이리 오너라 나허고 술이나 먹고 노자
[창조]
저 군사 연하여 왈,
“네 말도 옳다마는 내의 서름을 들어봐라”
[진양조]
고당상 학발 양친
배별헌지가 몇날이나 되며
부혜여 생아 시고
모혜여 육아시니
욕보기은 인댄
호천망극 이로구나
화목허던 절내권당
규중의 홍안처자
천리전장에다가
나를 보내고
오날이나 소식이 올거나
내일이나 기별이 올거나
기다리고 바래다가
서산의 해는 기울어지니
출문망이 몇 번이며
바람부르고 비죽죽 오넌디
의려지망이
몇 번이나 되며
소중의 홍안거래
편지를 뉘전허며
상사곡 단장회는
주야수심이 맺혔구나
장창환도를 들어메고
육전수전을 섞어 헐 적에
생사가 조석이로구나
만일 객사를 허거드면 게 뉘랴서 안장을 허며
골폭사장에 희여저서
오연의 밥이 된들
뉘랴 손벽을 누따려주며
날려 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일일사친 십이시로구나
[아니리]
이렇듯이 설리우니
한 군사 내다르며
“네 서름을 들어보니
성효지심이 기특허다
전쟁이 나와서도 효성이 지극헌 것 본께
너는 안죽고 살아 가겄다”
그 중에 또한 군사 나서면서
[중중머리]
여봐라 군사들아
니 내 서름을 들어라
너의 내 서름을 들어봐라
나는 우리집 오대 독신으로
열일곱에 장가들어
근오십 장근토록
슬하일점 혈육이 없어
매일 부부한탄
웠다 우리집 마누래가
왼갖 공을 다르릴 제
명산대찰 영신당
고묘청사 석왕사
석불보살미륵님 노구마지 집짓기와
칠성불공 나한불공
백일산제 신중맞이
가사시주 인등시주
다리 권선 길 닦기
집에 들어 있는 날은
성조조왕 당산천룡
중천군웅의 지신제를
지극 정성 드리니
공든 탑 무너지며
심든 남기가 꺾어지랴
그 달부터 태기있어
석부정부좌허고 활부정불식허고
이불청음성 목불시악색하야
십삭이 점점 차드니
하루난 해복기미가 있든가 보드라
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다리야
혼미중에 탄생허니
딸이라도 반가울디
아들을 낳었구나
열 손에다 떠맏들어
땅에 뉘일 날이 전이 없이
삼칠일 다 지내고
오륙삭 넘어가니
발바닥에 살이 올라
터덕터덕 노는양 빵긋 웃는 양
엄마 아빠 도리도리
쥐얌잘깡 설마 둥둥 내 아들
내 아들이지 내 아들
옷고름에 돈을 채워
감을 사 껍질 베껴
손에 들여 어루며
주야 사랑 애정헌게
자식밖에 또 있느냐
뜻밖에 급한 난리
위국땅 백성들아
적벽으로 싸움가자
나오너라 웨난 소리
아니 올 수가 없든구나
사당문 열어 놓고
통곡재배 하직헌 후
간간헌 어린 자식
유정헌 가솔 얼굴
안고 누워 등 치며
부디 이 자식을 잘길러
내의 후사를 전해주오
생이별 하직허고
전장에를 나왔으나
언제나 내가 다시 돌아가
그립든 자식을 품안에 안고
아가 응아
얼워 볼거나
아이고 아이고 내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