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더욱 멀리
저기 텅 빈
어두운 터널 뒤에
아무렇게 얽힌
내 기억의 처음이
이제 의미없음이네
난 다시 멀리
다시 곧바로 난 떠나야지
때론 그대로가 더 못난잖아
많은걸 바라지도 않았잖아
외로움을 계속 짚어 봤자
변하는건 하나도 없었어
몰라 이제 나 하나론 턱 없어서
건조한 네 말에도 젖었던
기억은 다시 뒤로
자주 봤던 영화가 끝나고
자주 갔던 데가 이제 없어도
나는 함부로 기억을 더듬어
너를 절대 욕보이지 않겠어
뭐가 됐던 강은 흘러가 계속
그 안에다 새겨놓은 말은 매번
또 다른 계절엔 사라지는 법
사라지지 않고 살아가는건
그런건 없단 말야 시절인연에 만족하다가
늙어버려서 말만 많아지는 나를 봐봐
아무래도 난 마음 밖의 말은 하지 않아서 이만
떠나 이런 날 봐줄래 조금만
다 떠나간
이 곳에서 난
무얼 기억하며
있어야 하나
답이 있다면 난
어떻게 해서라도
알아야만 하겠다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뭘 그리워하는지도
뭐가 필요한건지도 몰라
그저 아무나 날 기억한다면
그걸로 된 걸지도
아니 그걸로 되는건가
알 수 없네 삶의 정답은
너 하나도 모르는 나인데
아무래도 난 멀리 떠나가야만 하겠어
어딘가에 가면 알 수 있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 곳에 고여있는 것 보다는
흐르며 썩어가는 삶이 더욱 낫겠어
어디에 가도 너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고 말하곤 하던
시간도 더는 기억이 안나고
눈물은 눈치 없이 흐르는 법이야 언제나
가시가 돋히던 대화와
슬픔에 적힌 글씨만
노래가 되어 불리나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그리워함을 택하겠어
그저 혼자서 자책하게 둬
지워지지 않으니 기억하게 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