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은 날마다 지고
꽃은 봄의 끝에 지고
낙엽은 추위에 지고
별은 일 억 년 뒤에 진다
너는 세상에 지고
네가 남긴 모두 사라지고
아무 소용 없었다며
기다리는 미련을 등진다
하염없이 네가 공전하길
기다리던 미련을 등지고
일 억 년 전 오늘이 되어
마르지 않는 구슬이 깨진다
노을은 날마다 지고
꽃은 봄의 끝에 지고
별은 일 억 년 뒤에 지고
이제야 나는 네가 그려진다
멀어지고 가까워지고를
되감던 시간은 갈라져
기억은 비누에 지고
잊은 듯한 눈이 미소 짓는다
너는 세상에 지고
네가 남긴 모두 사라지고
아무 소용 없었다는
널 가로막는 시간은 모질다
네가 지던 모든 날 모든 봄
모든 추위를 헤아려본 지도
일 억 년 전
이겨내지 못했을 많은 밤을
깨뜨린다
노을은 날마다 지고
꽃은 봄의 끝에 지고
별은 일 억 년 뒤에 지고
이제야 나는 네가 그려진다
이제야 나는 네가 미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