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만하다고 날 위로하는 건
날 가두고 있는 미련을
버려가는 것 그 지겨운
과정에서 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보이는
낯익은 너의 마지막
흔적과 물건들 사이 코를 박고
묻어진 네 향기에 취해 본 다음
의미없는 외출을 위해 날 가꿔
이짓 하고 난 후엔
허무함만이 남겨
알고도 밖을 나서고 공기를 마셔
네가 서 있던 거리는 일부러
피해서 돌아가다 보니
어느새 태양이 반쯤 떨어져 버린
이곳이 어딘지 잘 몰라
길을 잃었나 봐 널 잃고 난 후엔
습관이 됐나 봐 다 잃어가는 게
시간이 약이라던 말은 다 거짓말
내 시간은 멈춰 있어
흘러가지 않아
나도 이젠 미련에
잡혀사는 게 지겨워
너 없이 지나온 시간은
내가 더 길 테니 제발 날
내버려둬 줄래 부탁해
내 마음이 변했나 봐 이젠
뫼비우스 띠처럼 꼬여 버린
내 머린 악순환인 걸 알면서
멈추지 않아
곁에 있을 때 모르던
사소한 것들이 왜 이제서야
머릿속을 어지럽히는지
아무것도 몰라 나는
아무것도 몰라
네게 빚져왔던 외로움이
목을 졸라 뼛속까지 들어찬
외로움이 무서워
이걸 벗어내려고 해도
벗어낼 수 없어
어지럽게 흩어진 방 안에서
유난히 네가 남긴 흔적은
지워지지도 않지
말라붙은 커피 자국이 선명한
컵에 묻은 입술이 아쉬워
씻지 않고 그냥 뒀어
미쳐가나 봐 아니 미쳤나 봐
머릴 뜯고 발을 차도 이제
변하지 않아
시간이 약이라던 말은 다 거짓말
내 시간은 뒤로 흘러
무뎌지지 않아
이제 그만
아무리 애써 돌려보려 해도
여전해 멈춰선 걸음은
돌아서지 않아
제발 날 내버려둬 줄래
부탁해
내 마음이 네가 아냐 이젠
잠이 들지 않은 시간이
잠이 든 시간보다 몇 배는
길어서 하루가 너보다 길어
왜 이리 내일이 미리 지겨워지나
왜 매일은 때이른 시간에
짐이 되고 있나
순간의 권태가
눈을 흐리게 한 선택지 안에
미안해 라는 답은 없었네
지쳤었대 내가 한 마지막 말이
딱 그건데 이젠 반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