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자. 못 올라갈 나무 쳐다보지 말고 잊자. 고개 파묻고 땅이나 파자.
돌을 골라내고 땅을 다지자. 가난한 선비들의 집 서원을 짓자.
우연일까 운명일까. 나 이곳에 서 있는 것은. 옛 선비의 이름 다시 부른다. 구름 같은 선비들 어디로 갔나.
우연일까 운명일까. 나 이곳에 서 있는 건. 들꽃이 피고 지는 어딘가 옛 선비들 걸어간 길. 여물어가는 씨앗 품고 선 저 들꽃을 보라. 선비는 작은 들꽃 같은 집을 짓는다.
아, 이런. 바위일까? 아니. 바위가 아니야.
이것은 절에서 쓰던 물건인 듯.
돈 좀 되겠는데.
보물이야!
이걸 팔아 목재를 사고 사람을 구할 수 있겠네.
하늘이 우리를 돕는가. 이제 서원을 지을 수 있겠네. 오래된 사원. 잿더미 속 보물을 캐냈네. 위대한 유산. 앞서간 자들이 보내온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