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겨지는 나의 페이지 한 장마다
지루한 내용만 쏟아지네
내가 원한 이야긴 다가오지 않고
페이지는 계속 넘어가네
눈 감고 달려가 와 버린 이곳엔
내 옆엔 아무도 곁에 있지 않아
외로운 이 곳이
내 이야기가 있는 곳
두 번은 오지 않을 지금 나에게
많은 건 필요 없어 더 이상
내가 원한 그림을 그려
내일은 없어 내겐 오늘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페이지들
어느 새 반이나 읽어 넘어가고
이제 와 확인한
이 책의 글쓴이는 나
노래해 아무도 없는 것처럼
초인종을 눌러 문을 활짝 열어
쥐고 있던 돌이 모래가 되고
밟고 있던 땅이 늪이 되지 않게
넘겨지는 나의 페이지 한 장마다
지루한 내용만 쏟아지네
내가 원한 이야긴 이제 시작되고
페이지는 계속 넘어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