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하루 몸을 눕다 눈을
감았다 뜨면 다시 기나긴
하루가 지나네
움직일수록 더욱더 조이는 거미줄
속에 갇혀 버린 채 어쩔 수 없네
이렇게 될 줄 몰랐었네
다리가 뜯겨 져 가네
그저 바라 볼 수 밖에
날개가 찢겨 져 가네
그저 바라 볼 수 밖에
감각이 무뎌 져 가네
그저 웃어 볼 수 밖에
나 이제 죽음만 기다리는
한 마리 파리목숨 같아
반쯤 감긴 내 눈을 맛있게 먹던
거미와 눈이 마주쳐 쓸 때쯤에
아무것도 남은 게 없을 때쯤
조금씩 씹혀 져 가는 이순간이
어두워 져서 다행이라고 이제
더는 볼 수 없겠지 어차피
사라져 버릴 테니
다리가 뜯겨 져 가네
그저 바라 볼 수 밖에
날개가 찢겨 져 가네 그저
바라 볼 수 밖에
감각이 무뎌 져 가네
그저 웃어 볼 수 밖에
나 이제 죽음만 기다리는
한 마리 파리목숨 같아
나의 머리와 나의 팔다리
뜯겨 져 가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런
상황 속에서 이런 순간에서도
소리치지 못하고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저 끝으로 간 손가락
흩어져 버린 발가락 이제 더 이상
내게 아닌 것들에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들고 싶지만 이제 내게
손이 없어 손을 흔들고 싶지만
이제 내게 손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