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을에 순이 뒷마을에 영철이
열일곱 열여덟 처녀총각
빨래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눈이 맞았네
복숭아꽃 피는 마을잔치에 많은
사람들의 축복속에 둘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네
세월이 지나고 그들사이엔 아비를
꼭 닮은 사내아이가 하나 생겼네
하루가 가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먹고 사는게 너무나도 힘겨워도
삶은 이대로
닳고 닳고 닳아 곰같은 마누란
어여쁘던 모습은 간데없고 고왔던
얼굴엔 서글픈 주름만
깊게 드리웠네
고단한 일상의 그늘과 반복되는
짜증 다투는 일만 늘어가고 다른
사람을 품에 안기도 했었네
어디쯤 왔을까 그들 사이엔 돌이킬
수없는 깊은 마음의 골이 생겼네
멀어져 가는지 모르게 우리들은
길을 잃었네 지난 날의 많은
후회도 이젠 내 몫일 뿐
또 다시 하루가
이 나이 되도록 정처없이 떠돌던
날에 되돌려도 나의 선택은
다시 너라고 다시 너
아주 오랫동안 망설였던 얘기
이제는 누구든 해야하네 우리
이제그만 서로의 잘못을 용서하오
저무는 황혼끝에 짧은 날일 지라도
영원할듯이 행복해야해
내 아이의 아이의 아이가
나올 때까지
그 아이의 아이의 아이가
죽을 때까지
그 아이의 아이의 아이가
웃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