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이 울린다
별안간 나는 선택을 강요 당한다
수화기를 들고 변명을 할 것인지
아니면 여태 그랬던 것처럼
이대로 숨어 버릴 것인지
따르릉 따르릉
전화는 끈질기게
그리고 오랫동안 나를 찾는다
받지 않는다면
전화는 전화가 아닌 호출일 뿐이다
수신자와 송신자가
만나지 않는 한
전화는 완성되지 않는다
사실 완성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전화도
나도
그 어느 것도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모든 것들이 완성을 열망하며
조금씩 완성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지각할 필요가 있다
나는 언젠가 올지 모를
완성의 순간이 무섭다
그것이 오르페우스의
에우리디케처럼
나의 시선을 돌려버릴까
두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