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이렇듯이 한 곳을 당도허니 봉사 수 십 명이 모였거늘 “자 우리가 이렇게 모였으니 벽 돌림 시조나 한번 불러 봅시다” 심봉사가 시조를 시주로 알아듣고 “아이고 내 앞에서 시주 말 꺼내지도 마시오 내 딸 청이가 시주 속으로 죽었오” 여러 봉사 대소허고 길을 떠나는디
(중모리)
이렇듯이 올라가다 일모가 되어 주막에 들어 잠 자는디 그 때여 뺑덕이네는 근처 사는 황봉사와 눈이 맞아 심봉사를 잠 들어놓고 밤 중 도망을 하였난디 심봉사는 아무런 줄 모르고 첫 새벽에 일어나서 뺑덕이네를 찾는구나
(아니리)
여 뺑파 뺑덕이네 삼복성염에 낮에는 더워서 갈 수 없고 새벽질로 사오십리는 쳐야할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지 아니 이 사람이 잠 뜻이 심허드니 저 윗목으로 궁글러 갔는가 방 네 구석을 더듬어도 없지 그제야 의심이 나서 여보 주인 혹 우리 마누라 안 들어갔소 아니요 간 밤에 어떤 젊은 봉사와 밤 질 쳐서 간다고 떠난 지 오래요 무엇이 어쩌니 아 그런 말을 헐라거든 진작 헐 것이지 왜 인자 헌단 말이요 아따 그 젊은 봉사와 내왼 줄 알었지 영감님과 내왼 줄 알었다요 심봉사가 기가 막혀 그제야 도망 간 줄을 알고 우는듸
(진양조)
허허 뺑덕이네가 갔네 그려 덕이네 덕이네 덕이네 뺑덕이네 뺑덕이네가 갔네 그려 야 이 몹쓸 것이 없고 사정없는 요년아 당초에 나를 버릴 테면 있던 곳에서 마다허지 수백리 타향에다가 날 버리고 니가 무엇이 잘 될 소냐 요년아 귀신이라도 못 되리라 요년아 워라 워라 워라 현철허신 곽씨도 죽고 살고 출천대효 내 딸 청이 생목숨도 끊겼는디 너 까짓 년을 생각하는 내가 미친 놈이로구나 에끼 호랑이가 바싹 깨물어 갈 년 내가 너를 생각허면 인사불성 쇠 아들놈이다 주인과 작별 후에
(중모리)
주막 밖을 나서더니 그래도 생각이 나서 선듯 자리에 버썩 주저앉더니 아이고 뺑덕이네 뺑덕이네 덕이네 뺑덕이네야 뺑덕이네야 뺑덕이네 모지고도 무정한 년 눈 뜬 가장 배반키도 사람치고는 못 헐텐디 눈 어두운 날 버리고 니가 무엇이 잘 될 소냐 새 서방 따라서 잘 가거라 바람만 우루루루루루 불어도 뺑덕이넨가 의심을 허고 나뭇잎만 버썩 떨어져도 뺑덕이넨가 의심을 헌다 더듬더듬 올라갈 제 한 곳을 당도허니 천리시내는 청산으로 돌고 이 골 물이 쭈루루 저 골 물이 퀄퀄 옆에 열두 골 물이 한데로 합수쳤다 천방자 지방차 월턱져 구부져 방울이 버금져 건너 병풍석의 마주 쾅쾅 마주 때려 산이 울렁거리며 떠나갈 제 심봉사 좋아라고 심봉사 좋아라고 물소리 듣고 반긴다 얼씨구나 절씨구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목욕을 헐량으로 항하의복 훌훌 벗어 지팽이로 눌러놓고 더듬더듬 들어가 물에 풍덩풍덩 들어서며 에 시원하고 장히 좋다 물 한줌 덥벅 쥐여 양치질도 퀄퀄 허고 또 한줌 덥퍽 쥐여 가슴도 훨훨 문지르며 에 시원하고 장히 좋다 삼각산 올라선들 이에서 시원하며 동해유수를 다 마신들 이에서 시원헐거나 얼씨구 좋구나 지화자 좋네 툼벙툼버이 좋을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