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내 무딘 기억을 깨우는
추운 너의 이야기...
추억이 한 겹 쌓이는
외로움에 찾아가는 춘천...
밤새 지친 나를 재우고 가는 기차는
그림 같은 경춘가도를 달린다.
너의 그리움을 지우는데
여러 해 참 많은 시간이 내겐 필요했지. ...
아마 겨울의 끝이었나 봐.
학교를 휴학하고 여러 날 불면의 밤을 보내고
한껏 긴장된 마음에 입영열차에 올랐지.
먼지에 스민 매캐한 냄새와
잔뜩 겁먹은 재미난 표정들...
저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애인을 두고 온 불안한 마음에
차창 밖의 친구와 그녀에게.
아주 덤덤하게 적당히 상기된
목소리로 안녕을 했지...
그리고 그렇게 틈 없는 날들로부터
몇 해가 지난 후 친구로부터 전해들은
너의 주변이야기...
낙엽을 헤치며 추억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너의 이름을 몇 번이고
흐린 차창에 낙서하며 지웠어.
허망한 마음엔 눈물이 범벅된
먼 산동네의 불빛마저
그녀의 슬픈 동공처럼
그렁그렁 해보였지...
난 처음 가슴이 아프다는 것도
이때 알았어...
안스런 친구의 부추김에
몇 사람의 괜찮은 여자도 만났지만
내겐 너무 힘들었어, 너를 잊는 다는게...
가끔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본
놀이터엔 개구진 아이의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쁜 엄마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기도해...
가도가도 너무나 외로운 강릉 겨울바다.
강릉 가는 기차는 기적소리 참 쓸쓸하지...
서로 만나지 않아도 친구로부터
너가 꽤 행복해 하더라는 말을 들었어
나는 가끔 내 삶의 무게가
부질없는 상념이라 느낄 때
우리가 가끔 찾던 철 지난 바다를 걷곤 하지
아직 너에게 전해주지 못한
슬픈 편지는 책갈피 속에 간직하고 있어
그래! 우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걸 알아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이기에
지우기가 쉽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