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답해 주십시요 ♠
내가 누구인가를 대답해 주십시오
죽음보다 무서운 성 안에
가슴 찢는 수인으로
우는 내가 누구인가를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들꽃 하나 피지 않는
나의 사막에
당신은 무엇을 주시렵니까
긴 세월에도 헐릴 수 없는
견고한 성안에
뱀처럼 꿈틀대는 죽음을 보았습니다
절망의 늪에서 몸살을 앓으며
비로소 눈뜨는 목숨의 환희
어둠의 물레가 잣는
운명의 흰 실로 옷감을 짜며
아직도 알 수 없는
당신의 대답을 기다립니다
나는 당신의 누구인가를
어둠의 주인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