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전에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
무척이나 뜨거웠었지 그분의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쑥스럽고 부끄러울 뿐
그분의 일 하기는커녕 방해만 된 것 같아서
지금은 많이 부드러워진 듯
타협일까 아니면 무뎌진걸까
하지만 한편으론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들 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 같아
그가 나와 꼭 같진 않아도 내 맘에 쏙 들진 않아도
함께 그분 안에 있단 것만으로 기뻐할 수 있으니
십년 후까지 내게 호흡을 주신다면
그때의 난 어떤 모습일까
그때까지 미련하게 보일지라도
십년을 하루같이 황소 걸음으로 걸어간다면
(걸어간다면 걸어간다면)
그곳 그곳에 더 가까와 있겠지
지친 영혼 상한 마음들을
더 넓은 가슴으로 부둥켜 안을 수 있겠지
화톳불같은 내밀한 열정으로
감히 그분을 더욱 더 가장 사랑한다고
고백드릴 수 있겠지
(내 십년 후 십자가)
수십년 들어온 그 십자가가
바로 지금 오늘 더욱 새롭다고 고백드릴 수 있겠지
십년 후엔 내 삶 속에서 그분 얼굴 보았다는
그런 말을 들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