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의 패잔병이 도망치는 중머리 ‘이릉 어구’ 대목은 정정렬이 짧게 녹음했고, 자진몰이 ‘장비 나오는데’ 이하는 김창룡이 불렀다. 끝에 화룡도로 들어가며 장종들이 우는 진양 계면조 대목은 몇 장단만 녹음되어 있다. 다른 적벽가는 ‘이릉 어구’를 진양 계면으로 부르느데, 정정령의 바디는 중머리로 이와 달랐던 것 같다. 그 뒤는 사설이 좀 다르지만 장단과 조는 같다.
원반 : Polydor 19270-B
(중머리)
허저 장요 장합 등이 조승상을 앙축하야 간신히 도망헐 제, 이릉 어구를 당도허니 날이 장차 밝어지며 동남풍은 불식이라. 호로곡을 당도허여 사면을 바라보더니, 조조, “흐히 하하!” 중관이 허는 말이, “승상님 또 웃어서 큰일 났소.”
(자진몰이)
이 말이 지듯 마듯 뇌고 소리가 꿍! 한 장수 나온다. 얼굴이 먹창 같고, 고리눈 다박수염, 팔모장창은 눈 우의 번뜻 들고, 우뢰 같은 큰 소래, 벽력같이 뒤지르며 나오는디,
네 이놈 조조야! 쉬 같은 대적놈아! 네 이놈 어드로 간다?” 한번 호통 소리 나는 새도 내지고 낙엽잎도 떨어진다. 조조가 질색하야 말 아래 뚝 떨어져 정신없이 달아나며, “아이고, 정욱아!” “예!” “이게 누구냐?” 정욱이 역시 겁이나서 끝만 따서 부른다. “떡이요!” “먹는 떡이냐?” “아니오! 한번 호통에 만인이 시러지는 쟁비, 쟁익덕이요!”
“아이고 무서워 된떡이로구나. 어서 가자, 어서 가자.”
(진양)
시궁역진으 조조 신세 안장없는 말을 타고 갑옷을 열○ 모도 젖어 비맞은 중닭의 뽄으로 탄식하며 들어가네. 용을 낚아 대하의다 놓음이요, 범을 잡어 태산의 놓음이라. 일희일비 ○○허며 정황없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