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장가 (執杖歌) - 묵계월
집장군노 (執杖軍奴) 거동 (擧動)을 봐라
춘향을 동틀에다 쫑그라니 올려 매고
형장 (刑杖)을 한아름을 디립다 덥썩 안아다가
춘향의 앞에다가 좌르르 펄 뜨리고
좌우 나졸 (邏卒)들이 집장배립 (執杖排立)하여
분부 (吩咐) 듣쭈어라 여쭈어라
바로 바로 아뢸 말쌈 없소
사또 안전 (案前)에 죽여만 주오
집장군노 거동을 봐라 형장 하나를 고르면서
이 놈 집어 느긋 느긋 저 놈 집어 는청 는청
춘향이를 곁눈을 주며 저 다리 들어라
골 (骨) 부러질라
눈 감아라 보지를 마라
나 죽은들 너 매우 치라느냐 걱정을 말고 근심을 마라
집장군노 거동을 봐라
형장 하나를 골라 쥐고 선듯 들고 내 닫는 형상 (形狀)
지옥문 (地獄門) 지키었던 사자 (使者)가
철퇴 (鐵槌)를 둘러 메고 내닫는 형상
좁은 골에 벼락치 듯 너른 들에 번개하 듯
십리만치 물러 섰다가 오리만치 달려 들어와서
하나를 디립다 딱 부치니
아이구 이 일이 왠 일이란 말이오
허허 야 년아 말 듣거라
꽃은 피었다가 저절로 지고
잎은 돋았다가 다 뚝뚝 떨어져서
허허 한치 광풍 (狂風)의 낙엽이 되어
청버들을 좌르르 훑어
맑고 맑은 구곡지수 (九曲之水)에 다가
풍기덩실 지두덩실 흐늘거려 떠나려 가는구나
말이 못된 네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