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몰이 ‘토끼 배 가르는 대목’은 수궁가의 눈에 해당한다. 간을 내어 먹기 위해 추궁하는 용왕과 배를 아니 따이려는 토끼가 설전을 벌이며 업치락 되치락 반전을 거듭하는 것이 묘미이다. 호령하는 용왕은 우조로, 토끼의 변명은 계면조로 대비시킨다. 현행 수궁가는 대개 유성준 제로 김연수도 그에게 배운 바 있으며, 또다른 것으로는 송만갑을 이은 박봉술의 소리가 있다.
원반 : Victor KJ-1208(KRE 383)
녹음 : 1938. 3. 22
(중몰이)
용왕이 듣고 분을 내아, “이놈, 니가 그 말도 당찮허다. 사람이나 김생이나 일신지내장은 다를 바가 없난디, 어찌 네가 간을 내고 듸리고 임의로 출입헌단 말이냐?” “소퇴가 아로리다.” “대왱이 도지일이오, 미지기이로소이다. 복희씨난 어이하야 사신인수가 되얏시며, 신농씨 어쩐 일로 인신우수가 되얏시며, 대왕은 어이하야 꼬리가 저리 지드란 하옵고, 소퇴는 무삼 일로 꼬리가 이리 묘똑하옵고, 대왕의 몸뚱이난 비눌이 번쩍번쩍, 소퇴의 몸에는 털이 요리 송살송살, 까마구로 일러도 오전 까마구 씰개 있고 오후 까마구 씰개 오후 까마구 씰개 없시니, 인생 만물 비금주수가 한가지라 뻑뻑 우기니 답답지 아니 하오리까? 당장으 배를 따 보옵서소.” 용왕이 그제야 돌리느라고, “그러면 네 간을 내고 듸리고 임으로 출입하는 표가 있느냐?” “예! 있지요.” “어디 보자.” “자, 보시오!” 빨그란 궁기가 서이 느런히 있거날, “저 궁기모도 다 어쩐 내력인고?” “내력을 아로리다. 한 궁기로난 대변 보고, 또 한 궁기로난 소변 보고, 남은 궁기로난 간 내고 들이고 임으로 출입하나니다.” “그러면 네 간을 어데로 넣고 어데로 내느냐?” “입으로 넣고 밑궁기로 내옵기에 만물시생 동방삼팔목 남방이칠화 서방사구금 북방일육수 중앙오십토 천지음양으 오색광채 아침 안개 저녁 이실 호합하야, 입으로 넣고 밑궁기로 내옵기에 만병회춘으 명약이라, 으뜸 약이 되나니다. 미련하더라, 저 주부야. 세상에서 나를 보고 이런 이야글 허였시면 간을 들여다가 대왕 병을 직차허고, 너도 충셍이 나타나 양주양합 좋을 걸. 미련허드라, 저 주부야, 만시지탄이 쓸 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