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준 거문고 산조

엇모리

백낙준은 충남 강경 출신으로 음악인 집에서 출생, 성장하였다. 본명은 학준 그의 아버지는 선달이라고만 알려져 있는데 백낙준은 20세무렵쯤 아버지의 구음가락을 거문고에 얹고 처음으로 산조를 연주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국악계에 알려진 그의 생몰연대는 1876-1930(조위민 설), 또는 1875-1935(박금애 설) 두 가지이다. 그런데 신쾌동이 1929년부터 4년간 수업했다는 구술, 1929년 9월 14일에 ‘매일신보’ 후원으로 열린 조선명창대회에서 한성준, 공창식, 김창환, 안기옥 등과 함께 공연한 기록, 빅터 유성기 음반에 취입한 것이 1929년 11월이었던 점, 1932년 전남 창평에 거주하던 박석기가 백낙준을 초청, 거문고 산조 한바탕을 배웠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전자보다는 1935년 사망설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백난준의 음악활동은 위에서 언급한 몇가지 외에는 그리 소상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가 처음 연주했다는 거문고 산조는 음반과 후계 연주자들을 통하여 오늘날까지 든든한 전승맥을 이루고 있다. 백낙준의 거문고 산조는 박석기, 신쾌동 등 자신이 직접 전수한 1세대 제자와 이들을 통하여 배출된 한갑득을 비롯한 2,3세대 제자들에 의해 활발히 전승되고 있다.
50대 중반의 연주로 빅터 음반 KJ 1302-1304에 전하는 백낙준의 거문고 산조는 진양조, 중모리, 엇모리, 잔모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연주시간 19분 19초에 달한다. 이 거문고 산조의 음악적 짜임새는 오늘날 연주되는 산조의 기본 틀거리로서 구실을 다할 뿐 아니라 후대 음악인들에게 “거문고의 특성을 충분히 살려 완전히 기악화 되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음반은 거문고 산조의 창시자로서, 또 1920년대, 30년대를 통하여 활동한 독보적인 거문고 연주자로서의 백낙준의 존재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살아있는 음악 원전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높다. 그간 대중반으로 발매되었던 음반이 몇 소장자와 소수의 연구자들에 의해 소개되어 왔다. 조위민은 그동안 부분적으로 소개된 빅터 음반과 거문고 산조 연주가들의 구술을 토대로 “현금 산조의 원형과 현행형”(1969)이라는 논문을 발표 최초로 백낙준 산조를 분석한 바 있는데 이번 원반 소개를 통하여 백낙준 산조에 대한 보다 깊은 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 송혜진(음악평론가)

원반: Victor KJ-1304-A(49057-A)
녹음: 1929.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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