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수궁가의 앞대목 중 진양 ‘용왕탄식’, 엇몰이 ‘도사 내려오는 데’. 중중몰이 ‘신의 고향’, 진양 ‘영덕전 뒤로’ 등 네 대목이 원반의 앞뒤에 수록되어 있다. 수궁가 앞부분의 아기자기한 대목들이다.
이 음반을 통해 보면 조소옥은 신인으로 소리를 배우는 과정에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유성기음반은 녹음시간이 짧기 때문에 자신의 기량을 압축하게 되며, 따라서 완숙한 경지에 오른 명창들의 녹음은 허술한 구석이 없는데, 그에 반해 조소옥은 수궁가 초압만 녹음하였으며, 사설도 ‘해운공 방게’와 ‘방첨사 조개’의 연결이 어색한 것 등 허술한 구석이 있어 완전히 소화된 소리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소리의 흐름도 꿋꿋하게 쭉 펼쳐지는 고제의 맛이 적고, 소리의 매듭도 다소 야무지지 못하며, 30년대 후반 신인들의 기교적인 소리가 발견되므로 당시 유행하던 소리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목이 맑고 고우며 또한 서정적인 표현력이 빼어나므로 만만찮은 신인이었음을 짐작케 하며, 빅터에서 그를 기용한 것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노래 : 조소옥
원반 : Victor KJ-1031-A
녹음 : 1935. 3. 13
(진양) 탑상을 탕탕 뚜다리며, “천무열풍 좋은 시절 해불양파 태평한디, 용왕의 기구로되, 고이한 병을 얻어 수정궁으 깊은 벗 없이 누었은들 화타편작 없었으니 어느 뉘가 날살릴꼬? 천명이 이 뿐인거나, 복이 없어 이러는지, 답답한 나으 O를 뉘게다 하소헐가.” 웅장한 용성으 단장곡을 섞어내여 애원 장탄으 울음을 운다.
(엇몰이) 뜻밖으 현운흑무가 궁중을 두르더니, 폭풍세우가 사면으로 나려와 학으 소리가 들리더니, 천으 두 쌍 학창을 떨쳐서 입고, 백운선 손에 들고 공중으로 나려와 재배이진 왈, “<경두난 대일진디> 제자로서 영주 삼신산으 <세자 가로만> 가옵다가, 대왕으 귀체에 환우중 계신다 만 풍편으 듣사옵고, 뵈옵고자 왔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