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햇살이 날 비추면
흐릿하던 내 그림자마저도
또렷하게 보이는 것 같아
덩그러니 무심한 듯 서있네요
어둠에 취해 다 고요해지면
그림자 위로 포개 누워
짙게 드리운 밤을 보내
흩어진다 작은 소리도 없이
흐려진다 까만 자국 하나 없이
멀어진다 아득히 저물어 멀어진다
묽게 흐려진 그림자를 덮어
잠들지 못하고 오래 지새
짙게 드리운 밤을 보내
흩어진다 작은 소리도 없이
흐려진다 까만 자국 하나 없이
멀어진다 아득히 저물어 멀어진다
가무러진 채로 긴 밤에서
늘 얕은 꿈을 꿔
좁게 트인 창 그 틈으로
조금씩 번져가
온통 환한 빛에 쌓여 가
어지러이 늘어진 하늘에
오늘도 날 에워싼 그림자